유근형 기자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4대 거점병원 건설, 병원정보시스템(HIS) 수출 등 주요 프로젝트들이 진전이 없거나 사실상 실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를 미래 4대 먹거리 산업으로 천명하면서 지난해 11월 의료수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제의료사업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TF 사무소는 현재 절반 이상 자리가 비어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차례 인력 파견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각 부처의 성과를 나누는 것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수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수출 현장에 엇박자가 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KOTRA의 소개로 사우디 병원 세 곳에 HIS를 수출하는 과정에 TF와 논의 없이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TF는 사우디 전체 공공 병원에 HIS 수출을 추진하고 있었다. 한 병원이 정부의 협상물을 침범한 셈이 됐다.
수십 차례 사우디를 오가며 의료수출 전선에 있던 친(親)중동 인사들의 물갈이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사우디 고위 인사와 핫라인을 형성했던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 산하 단체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해외진출사업단장이 최근 교체됐다. 의료수출 계약서 작성, 실무 협상을 지원했던 복지부 산하 코리아메디컬홀딩스(KMH)의 대표이사도 물갈이 압박 속에 최근 사표를 냈다.
중동 라인 물갈이에 대해 흉흉한 평가도 나온다. 복수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정기택 신임 보건산업진흥원장이 의료수출 라인 인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렵게 연 대화창구가 바뀌면 한국의 의료수출 길도 막히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유근형·정책사회부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