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파업을 예고했더라도 사측에 실제 파업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급심이 “노조가 미리 회사에 파업을 통보했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기계적으로 해석해 잇달아 무죄를 선고한 데 강력하게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이 그제 무죄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한 사건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가 2009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벌인 파업이다. 재판부는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긴 했지만 정당하지 못한 목적의 파업을,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수공익사업장에서, 단체협상이 완전히 결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강행하리라고 사측이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이로 인해 여객·화물열차 2741대의 운행이 중단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니 업무방해죄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파업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고 해서 바로 업무방해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파업이 사측이 예측할 수 없게 전격적으로 이뤄져야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그 뒤 하급심의 무죄 판결이 이어지자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파업 예고의 기준을 하급심에 명확히 제시했다. 지난해 ‘수서발 KTX 저지’ 등을 내세우며 파업을 벌이다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코레일 노조원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