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충격일까요? 그런 모습이 우리 종교인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 그런 것 아닌가 합니다. 심지어 종교를 담당하는 기자들조차 한 해 몇 차례를 빼면 고위 성직자들을 만나기 어려우니까요. 평신도와 비신앙인의 경우 TV 화면을 통해 고위 성직자들이 대통령과 식사를 하거나, 중요한 교계 행사에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가끔 보겠죠. 이런 현실에서 세계 가톨릭계 수장인 교황의 낮은 행보는 국내 종교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교황의 방한은 가톨릭을 포함한 종교계, 특히 고위 성직자들에게 큰 숙제를 남겼습니다. 교황을 향한 환호는 우리 종교인들이 보통 사람들 곁에 있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냉정히 말해, 그 환호도 가톨릭 자체가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슈퍼스타의 개인기’를 향한 것이긴 합니다. 지금도 교황청은 여기저기서 ‘물새는 방주’로 비유되고 있으니까요. 바티칸공의회 이후 계속된 개혁에도 불구하고 교황청을 둘러싼 재정 스캔들, 일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남성 위주의 폐쇄적인 성직자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 등 각종 현안에 직면한 것이 가톨릭의 현 주소입니다.
비천한 여종들의 다툼에 “모두 옳다”며 맞장구를 쳤다는 황희 정승의 고사가 떠오릅니다. 이 시대 종교지도자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은 황희처럼 큰 귀와 열린 마음 아닐까 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