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서 국제금융 메카로… 상하이의 ‘20년 천지개벽’
한국에 엄중한 메시지 던져
철저하고 지속적인 개혁으로 더 늦기전 경제체질 개선
금융등 서비스 경쟁력 키워야
선진국-신흥국간 중재자로 경제외교 역량도 더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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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석좌교수
2014년 7월은 현대경제사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듯하다. 브레턴우즈 체제가 출범 70주년을 맞은 지난달 미국과 서방 선진국들이 주도해온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중심 체제에 도전하는 신개발은행(NDB)이 설립됐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도 추진 중인 중국이 앞장선 NDB 출범은 국제금융 패러다임 재편의 신호탄이다. 브릭스(BRICs) 신흥국들이 참여한 새 국제기구의 본부는 상하이로 정해졌다.
지난 20년 남짓 상하이가 보여준 놀라운 변신은 엄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국가 운명이 바뀌는 건 잠깐이다. 잘하면 천지개벽할 기적을 만들어 내지만 잘못하면 ‘잃어버린 20년’이 되기도 한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재자 입장에서 적절한 균형을 추구해야 하고 경제외교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대폭 늘리고 국제기구에서의 역할도 적극 확대해 나가야 한다. 개발협력 체제의 선진화는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청년들의 해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글로벌 역학구도 재편 과정에서 살 길은 국가 경제력 강화다. 변곡점에 선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17년간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규모 순위가 세계 11위에서 15위로 밀려났다. 그나마 국제 경쟁력을 가진 소수 대기업을 빼면 내용은 더욱 빈약하다. 재정 금융 통화정책을 총동원한 경기회복 노력은 현 시점에서 필요하나 단기 부양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철저한 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가 바른 길이고 개혁의 성패는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
“중국이 공산주의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나라라면 인도는 민주주의의 비용을 가장 크게 치른 나라다.” 국가 발전은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일관된 정책 추진력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는 얘기다. 반면 끊임없는 정쟁(政爭), 과도한 이익집단 저항과 극단적 사회 갈등의 폐해를 일깨우는 말이기도 하다. 국내외 투자 유치는 일회성 인센티브보다 안정적인 정치 환경,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과 규제, 그리고 유연한 노동시장이 더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융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제조업 편중의 산업구조 개선에 필수 과제다. 이달 초 발표된 서비스산업 육성과 투자활성화 대책은 반길 일이지만 실행이 문제다. 지난 수년간 20여 차례 유사한 대책이 있었다고 볼 때 더욱 그렇다. 국익을 앞세우는 생산적 정치 풍토와 성숙한 시민의식 없이는 정책 효과나 경제 부흥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이 약한 경제는 심장이 약한 몸과 같다. 지난 한 해 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금융권은 위기다. 더 늦기 전에 기본에 충실한 금융 강국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인 위안화 허브 구축도 활용할 좋은 모멘텀이다. 대통령 단임제 아래서 장기적 국가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단거리 경주보다 계주(繼走), 릴레이로 달리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전광우 객원논설위원 연세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