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D다 배상민 지음 260쪽·1만5000원·시공사 “뉴욕서 성공했지만 ‘비주얼 피싱’ 회의감… 세계중심이 될 한국디자인 만들고 싶어”
배상민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독일 레드닷 등 세계 디자인대회에서 호평받은 자연 가습기 ‘러브팟’을 손에 들고 있다. 그는 “산업사회 첨병인 디자인은 나눔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 제공
나는 3D다 배상민 지음 260쪽·1만5000원·시공사
―승승장구하던 뉴욕을 등지고 한국에 돌아온 까닭이 궁금하다.
―후회한 적은 없나.
“전혀. 욕심만 버리면 된다. 뉴욕에서는 계속 소모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유지가 안 된다. 대학에 와 여유를 찾고 나서 ‘왜 디자인을 시작했나’ 돌아볼 수 있었다. 사람이 왜 살까? 돈 많이 벌어 자기 식구와 잘살기 위해서? 인간다운 삶은 자기가 가진 것을 많은 이와 나누는 삶이다.”
―그래서 학생들과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가는 건가.
“내 연구실에 들어오는 학생은 반드시 아프리카에 일정 기간 머물러야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공부하는 자신의 상황이 결코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님을,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깨닫기 위해서다. 초음파로 모기를 쫓는 ‘사운드 스프레이’는 말라리아로 괴로워하는 그곳 아이들을 위해 고안한 디자인이다.”
“이 땅에서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불과 20여 년 전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유럽 디자인은 50대, 미국은 40대, 중국은 10대다. 청년이 된 한국은 이제 마구 베끼는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한국의 디자인이 무엇인가’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신이 난다. 한국은 조만간 세계 디자인의 중심이 될 거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내 세대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책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