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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상공약 남발하더니 ‘복지 디폴트’ 현실화 되나

입력 | 2014-08-30 03:00:00


전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 226명이 그제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비 등 복지비 부담이 과중하니 국가 차원에서 특단의 재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가 국비 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지급 불능)’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할 만한 이유는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최대 월 20만 원을 주는 기초연금이 지난달부터 시행됨에 따라 올해 관련 예산 총 7조 원 가운데 지자체가 1조8000억 원, 내년에는 2조60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0∼5세 아이들을 위한 무상보육도 올해 총 8조9000억 원 가운데 35%를 지자체가 대야 할 판이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다. 생색은 중앙 정부가 내고 재정 부담은 지자체에 떠넘겼다는 그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지자체가 써야 할 지출은 늘어나는데도 경기 침체로 지방세 수입은 되레 줄었다.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51.1%에서 올해 50.3%로 낮아졌고, 예산의 절반 이상을 복지에 쓰는 지자체가 2008년 10곳에서 올해 40곳으로 늘어났다. 여야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무상공약을 쏟아낼 때부터 복지 디폴트는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4대 중증 질환 보장, 대학생 반값등록금 같은 무상공약을 앞다투어 내놨다. 새누리당의 공약을 실천하려면 향후 5년 동안 131조 원, 민주당 공약을 위해서는 같은 기간에 192조 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증세(增稅)와 지출 구조조정 등 재원 마련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그들대로 선심 공약으로 재정을 낭비하고는 중앙정부에만 손을 벌리는 것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기 용인시는 이용객도 별로 없는 경전철과 호화 청사를 건설하는 데 수천억 원을 썼다. 재정난이 심해져 물이 새는 교실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강원 태백시는 산하 공기업을 통해 대규모 리조트 개발에 나섰다가 궁지에 몰렸다. 이 회사는 사상 최초의 공기업 법정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가만있어도 복지 비용이 급속히 불어나게 되어 있다. 현재 공공 부문의 부채는 821조 원이 넘는다. 정부의 재정 적자는 지난해 21조1000억 원에서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는 복지 정책 전반을 재점검한 뒤 급한 일과 나중에 할 일을 나누고, 줄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