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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2014 한강 리포트

입력 | 2014-08-30 03:00:00

물 만난 6862만명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바라본 한강의 여름밤 야경. 한강은 도심 속 피서지이자 도시인들의 ‘힐링 장소’가 됐다. 서울시 제공

‘6862만539.’

지난해 한강을 방문한 사람 수다. 우리나라 5000만 인구가 한 번 넘게 찾은 셈이고, 1000만 서울 시민으로 치면 시민 모두가 한 해 일곱 번 가까이 방문해야 하는 수치다.

한강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2010년 5926만 명이 찾은 한강은 3년 만에 1000만여 명이 늘어 한 해 7000만 명 가까이 방문하는 ‘서울의 명소’가 됐다. 이는 대중교통으로도 편리하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일 년 내내 풍성한 데 있다. 봄에는 벚꽃과 유채꽃 축제가, 여름에는 캠핑장, 수영장 개장을 포함한 ‘한강 행복 몽땅 프로젝트’ 행사가 열린다. 가을에는 100만 명이 찾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겨울에는 눈썰매장이 강변에 마련된다.

이런 특별한 이벤트 외에도 한강은 매력적이다. 답답한 도심에서 지하철을 한 번만 타면 탁 트인 자연과 만날 수 있다. 1960년대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며 한강의 수질은 나빠졌지만 1982년 제2차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하수처리장이 신설되고 하수관이 정비돼 수질이 좋아졌다. 지금 한강은 잉어, 붕어, 메기를 비롯한 어종과 황조롱이, 큰고니, 원앙 등 조류를 포함해 수많은 동식물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로 자리 잡았다.

한강 주변의 시설이 정비되고 생태계가 되살아나자 그 가치도 훌쩍 뛰었다. 기획재정부가 2012년 산정한 국유재산 가격평가를 보면 한강은 24조1000억 원으로 평가돼 1위를 차지했다. 경부고속도로(12조 원), 경부선철도(6조9000억 원), 국회의사당(2조3736억 원), 청와대(6451억 원), 부산항(3000억 원)보다 월등히 높은 가치였다.

2014년 한강의 모습, 그리고 한강을 찾는 사람들의 풍경을 살펴봤다. 여름밤 캔맥주가 불티나게 팔리는 한강 편의점에서부터 수십억 원에 달하는 한강 조망권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한강을 둘러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 여름 주말, 둔치 편의점 1곳서 캔맥주 1t 씩 팔려 ▼

편의점 하루 매출 최고 1500만원… 자전거도로에 캠핑장 500동
야경 수놓는 강변 아파트


23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캠핑장에 모인 ‘캠핑족’과 자전거를 타고 그 옆을 지나는 ‘자전거족’. 여름이면 한강공원 곳곳은 캠핑과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광복절 연휴’를 앞둔 이달 14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내 미니스톱 3호점. 여의도공원으로 이어지는 통로와 물빛광장 인근에 있어 한강에 있는 편의점 가운데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다. 아직 저녁 식사 시간도 아니건만 야외 테이블 10개는 이미 꽉 차 있었다. 오후 7시, 계산대 앞에는 손님 20여 명이 길게 줄을 섰고 10여 분을 기다려야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붐볐다.

한강 편의점의 성수기는 야외 활동이 잦아지는 5월부터 9월 중순. 특히 7, 8월 주말 저녁은 “삐, 삑” 하는 계산대 바코드 리더기가 쉴 틈 없이 울려댄다. 미니스톱에 따르면 한강 매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500mL 카스 캔 맥주다. 2위는 역시 355mL 카스 캔 맥주, 3위는 점보통다리(닭다리), 4위는 생수인 제주워터(500mL), 5위는 즉석 신라면. 상위 10위권에 4개가 맥주고, 3개가 치킨류다. 이른바 ‘치맥’(치킨 맥주 세트의 약어)은 한강에서도 통했다. 한때 인기 메뉴였던 컵라면은 2012년 6월 은박 용기에 ‘끓여 먹는 라면’이 등장한 뒤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 맥주와 라면은 얼마나 팔릴까. 미니스톱 관계자는 “여름 주말 기준으로 캔 맥주가 많이 팔릴 때는 2800개까지 팔린다. 라면은 보통 1000개가 나간다”고 말했다. 매점 한 곳에서만 하루 1t 넘게 맥주가 팔리는 셈이다.

다만 한강도 여느 관광지처럼 성수기와 비수기의 판매 차이가 크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미니스톱 3호점의 노수형 실장(53)은 “여름 한철 벌어서 1년을 먹고산다고 보면 된다. 여름 주말에는 하루 1500만 원까지 매출을 올리기도 하지만 비수기 때는 하루 만 원도 못 판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한강 편의점에는 ‘꼭 알아야 하는 비밀’도 숨어 있다. 이들 편의점은 강가에 있어 홍수에 대비해 점포가 물 위로 떠오르도록 설계돼 있다. 한강공원을 산책하다 급하게 물이 불어 피할 곳이 없으면 편의점으로 가면 된다.

1980년대만 해도 한강에는 불법 노점이 426개 있었고, 1988년 정비 사업을 펼쳐 174개의 간이매점이 들어섰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정비사업을 펼쳐 88개로 매점이 줄었다. 봉준호 감독의 2006년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 가족’이 운영했던 곳이 바로 간이매점이다. 하지만 2008년 간이매점을 없애고 편의점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현재 한강(서울시 관할)에는 편의점 29곳(세븐일레븐 14곳, 미니스톱 11곳, CU 4곳)이 운영되고 있다. 편의점은 민자유치사업으로 진행됐다. 편의점 회사들은 건물을 직접 세워 임차료 없이 운영하는 대신 8년 뒤 매점 건물을 서울시에 내놓는다. 미니스톱은 66억9000만 원을, 세븐일레븐은 34억9000만 원을, CU는 8억9700만 원을 각각 초기 투자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86년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펼쳐진 1982∼1987년 제2차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한강의 방문객은 대폭 증가했다. 강동구 하일동에서 강서구 개화동에 이르는 길이 41.5km의 한강 물길 양쪽에 한강공원이 세워진 게 이때다.

2000년대 들어 한강은 또다시 변화의 전환점을 맞는다. 2001년 서울시가 한강변을 자전거도로로 고시한 뒤 대대적인 환경 정비에 나섰다. 현재 한강의 자전거도로는 총 70km로 강남이 41km, 강북이 29km. 이후 한강의 지천인 안양천 홍제천 불광천 도림천 양재천 등의 자전거도로도 개설됐다. 집 근처에서 한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손쉽게 갈 수 있는 도로망이 확보되자 ‘한강 자전거족’은 급격히 늘게 된다. 예전에는 한강이 가끔 찾는 관광지였다면 이제는 생활 속 레저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에서 자전거를 즐긴 인구는 590만 명이 넘는다. 한강을 출발해 경기 양평 등 지방으로 자전거 여행을 할 수도 있다.

일주일에 서너 번 한강을 찾아 자전거를 탄다는 함기훈 씨(27)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 지 5년 됐다. 도심에서 한강만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없어 운동 겸 산책을 하러 온다. 식수대와 화장실, 매점이 잘돼 있어 불편한 게 별로 없다”고 했다.

최근 일고 있는 ‘캠핑 열풍’ 또한 한강에서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여의도와 뚝섬한강공원에 처음 설치됐던 한강공원 여름 캠핑장은 올해 잠원, 잠실까지 설치돼 총 4곳으로 늘었다. 텐트는 지난해 420동이었지만 올해는 500동으로 증가했다. 캠핑장은 당초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인기가 많아 여의도, 뚝섬 2곳은 24일까지 연장 운영했다. 이 기간에 6만여 명(텐트 1동에 4인 기준)이 한강변 캠핑의 매력을 즐겼다.

한강 캠핑장이 편리한 건 ‘몸만 오면 된다’는 점. 5인 기준 텐트를 2만 원에 빌릴 수 있다. 테이블(6000원), 매트(2000원), 랜턴(2000원), 플라스틱 등받이 의자(1000원) 등 각종 장비도 빌릴 수 있다. 비록 취사는 할 수 없지만 바비큐장이 유료로 운영된다. 여름 캠핑장이 문을 닫는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난지 캠핑장은 연중 운영되며 4인 기준 텐트를 단돈 1만5000원에 빌릴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뚝섬 캠핑장을 찾은 이경옥 씨(36)는 “한 달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했는데 평일이어도 예약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대여한 텐트나 캠핑 장비들이 깨끗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강에서 레저를 즐기는 사람이 늘수록 득을 보는 곳은 또 있다. 캠핑용품이나 아웃도어 관련 업체들이다. ‘에코로바’는 지난해 ‘블랙야크’에 이어 올해 여름 여의도, 뚝섬 한강공원에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함께 한 달간 한강 여름 캠핑장을 운영했다. ‘한강 캠핑족’들을 위해 텐트 100동을 지원했다. 에코로바 마케팅팀 박영옥 팀장은 “회사 내부에서 한강 캠핑족이 점점 늘고 있고 그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에프킬라 제조회사인 ‘에스씨존슨’도 올해 한강공원에서 제품 마케팅을 펼쳤다. 이곳 홍보 담당자는 “한강 캠핑족이 늘며 1차적인 관련 업체인 아웃도어, 캠핑용품 업체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산업까지 성장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강의 경제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강변의 아파트는 서울의 아파트값을 올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특히 같은 단지, 같은 동이라도 ‘한강이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는 이유만으로 매매가가 많게는 수억 원씩 차이 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의 경우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파트(195m²)는 41억5000만 원을 호가한다. 반면 같은 평수지만 한강이 보이지 않으면 이보다 10억 원가량 낮은 31억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의 갤러리아포레아파트(241m²) 역시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최저 40억 원, 최고 50억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한강에 인접한 아파트라는 기본 프리미엄에, 한강 조망권까지 얹히면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셈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한강변 아파트는 불황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해 말 1차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의 경쟁률은 18.7 대 1을 기록했다. 9월 2차 분양에 들어가는 이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4000만 원이 넘지만,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 구입을 고민 중이라는 이모 씨(43·여)는 “한강 조망권의 집을 산다는 건 단지 ‘집을 산다’는 수준의 의미를 벗어나 한강을 영구적으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함께 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같은 단지 내에서도 자금력을 확보한 뒤 바로 몇 개 층 위의 ‘한강 조망권’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했다. 부동산114 김은진 과장은 “매매 문의가 들어올 때도 ‘한강이 보이느냐’고 먼저 묻는 사람이 많다”며 “한강 조망권 입주 경쟁은 예나 지금이나 치열하다”고 전했다.   

▼ 망원지구 공인 낚시터, 팔뚝만한 숭어에 초보도 월척 ▼

“한강은 물 반 고기 반”… 밀물 땐 바닷물 동호대교까지
점농어-망둥이 등 서해 어종 잡혀… 자연성 회복 프로젝트
10여년 뒤 여의도공원 5배 숲 조성… 한강의 변신은 여전히 진행 중



한 강은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으로 우리들을 반긴다. 왼쪽부터 2010년 봄(5월)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서래섬 유채꽃축제, 올여름(8월) 한강공원에서 잡은 숭어를 들어올린 아이, 지난해 가을(10월)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세계불꽃축제, 지난겨울(1월) 여의도 눈썰매장. 서울시 제공

사람들이 한강에 인접한 곳에 살며, 한강을 바라보려는 것은 그만큼 한강의 자연이 잘 복원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30∼40년 전만 해도 한강의 모습은 초라했다. 1968년 제1차 한강종합개발 계획 이후 한강 모래를 퍼내 압구정동과 여의도, 잠실을 개발하면서 백사장은 사라졌고, 한강의 오염은 빠르게 진행됐다. 생활·공업용수 취수장을 상류인 팔당댐으로 옮겨야 했고, 무분별하게 채취된 건설 골재 때문에 한강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1986년에 끝난 제2차 한강종합개발로 치수 기능이 확대되고, 하수처리장이 곳곳에 설치되며 점차 자연성을 회복하게 된다. 2000년 새서울, 우리 한강 기본계획, 2006년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거치며 콘크리트였던 한강 제방까지 녹지화됐고, 생태공원이 들어서며 한강은 지친 도시인을 품는 거대한 도심 속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러면 한강의 생태는 지금 얼마나 회복됐을까.

14일 한강망원지구에 있는 ‘한강 낚시 전용공간’에서 열린 낚시 체험 교실. 낚싯대가 휘청하더니 어른 팔뚝만 한 숭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뒤에는 숭어에 이어 점농어와 망둥이가 연달아 잡혔다. 강사는 “한강은 사실 물 반, 고기 반”이라며 웃었다.

이 낚시터는 서울시가 예산 5억 원을 들여 지난달 개장했다. 이날은 초등학생과 학부모 20여 명의 초보 강태공이 무료 낚시 체험에 참여했다. 대부분 초보자였지만 1시간 동안 이어진 낚시 체험에서 숭어 5마리, 점농어 2마리, 망둥이 2마리가 잡혔다.

이날 미끼로 쓴 것은 갯지렁이. 민물인 한강에서 왜 바다낚시용인 갯지렁이를 쓸까. 사실 밀물 때 서해 바닷물이 성동구 옥수동 인근의 동호대교까지 밀려온다. 이 때문에 잉어, 붕어 등 민물고기뿐만 아니라 망둥이와 점농어 같은 서해에 사는 바다어종까지 잡힌다. 그만큼 한강은 다양한 어종의 서식지인 셈이다.

잠깐 체험만 하려다 ‘대어’까지 낚자 학부모와 아이들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자녀 두 명과 온 양진희 씨(37)는 “낚시를 전혀 몰랐는데 상세한 설명도 듣고 직접 잡아 보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숭어를 잡은 한 아이가 “매운탕을 끓여줘”라고 하자 옆에서 고심하던 어머니의 대답은 이랬다. “응, 매운탕은 힘들 것 같고 구이 해줄게. 근데 먼저 마트에 가서 손질해 달라고 해야겠다.”

낚시 전용 공간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낚시 체험 교실을 상시 운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멀리 강이나 바다에 가지 않아도 서울에서 ‘손맛’을 손쉽게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한강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어종은 무엇일까. 흔히 잉어나 붕어를 떠올리기 쉽지만 조사 결과는 다르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 광나루, 반포, 여의도, 난지, 잠실 등 5곳에서 어종조사를 펼친 결과를 살펴보면 한강에는 총 38종의 어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에서 파악된 총 3523마리 가운데 누치(478마리)가 가장 많았고 메기(375마리), 동자개(332마리), 가시납지리(215마리), 붕어(202마리) 순이었다.

한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학적인 수치상 식용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광나루, 반포, 난지 지역에서 잡은 붕어, 잉어, 누치 등 3개 어종의 중금속 검사를 한 결과 식품규격에는 모두 적합했다. 카드뮴은 나오지 않았고 납(2.0mg/kg 이하 적합)은 최대 0.02mg/kg, 수은(0.5mg/kg 이하 적합)은 최대 0.18mg/kg이 나왔다. 모두 식품일반규격(담수어의 중금속 잔류 허용 기준)의 허용 기준치를 밑돌아 식용 기준에는 맞았다. 그럼에도 마음 편하게 먹기에는 조금 찜찜한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 환경과 이주영 주무관은 “한강에서 잡은 조사 대상 어류가 식용 기준에는 맞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펄이 많은 한강의 특성상 탁도가 높다 보니 물이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은 각종 동식물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환경부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검은목두루미, 물수리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조류 37종의 서식이 확인됐다. 경기 김포 전류리 포구 인근에서는 역시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강의 미래는 더욱 달라진다. 10여 년 뒤에는 한강에 여의도공원 5배(104만7000m²)의 ‘한강숲’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최근 ‘2030 한강 자연성 회복 계획’을 발표하며 ‘두모포(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나루터)에 큰 고니가 날아오르고, 아이들이 멱 감는 한강’을 한강의 미래 청사진으로 그리기도 했다. 이렇게 한강의 자연성 회복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한강이 변해가는 모습을 취재하면서 우리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고 있는지가 훤히 보이는 듯했다. ‘인간은 자연을 곁에 두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진실을….

황인찬 hic@donga.com·장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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