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이 소중한 슬픔과 분노를 대선의 연장전 같기도 하고, 전초전 같기도 한 희한한 싸움의 불쏘시개로 쓰는 정치인과 응원단을 보다 보면, 침몰하는 배에서 제 살 궁리만 한 선박직 승무원들이 겹쳐 보인다. 구조되고 나서 젖은 지폐나 말렸다는 그 선장도 떠오른다. 광화문광장에 나가 1인 시위라도 하고 싶다.
자식 잃은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자칭 보수 단체의 패륜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4·16 세월호 참사와 특별법 정쟁의 진짜 주범인, 권력 투쟁 몰입 정치와 망국적 정치 품질을 낳는 정치 독과점 체제를 혁파할 수 있게 선거·정당 제도를 손보라고!
해경과 정부 주도의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지독한 난맥, 졸속, 무능이 드러났다.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무책임, 편파성, 광포함도 드러났다. 괴잠수함, 국정원, 폐쇄회로(CC)TV, 에어포켓 등을 소재로 수많은 괴담이 생산됐다. 거의 해명되고 규명되었지만, 정부와 검찰에 대한 오랜 의혹과 불신의 불에 들이붓는 기름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대통령은 관피아 척결, 해경 해체 및 국가재난안전시스템 개혁을 황급히 공언했다. 초상집에서 라면 먹고, 사진 한 번 찍었다고 고위 관료가 잘렸다. 검찰은 선박직 선원 전원과 유병언 일가와 규정을 위반한 수많은 규제감독기관 실무자들을 무차별 구속했다. 하지만 의혹과 불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성실히 해명하지도 않았지만, 불신에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사건 당일 ‘대통령의 7시간’이 참사의 핵심 원인이라도 되는 양 급부상했다. 진보 진영은 보수 일각의 패륜적 행위를 천 배 만 배 확대해서 전의(戰意)를 다지고, 보수 진영은 광우병-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매국론을 잇는 허위, 과장, 괴담에 근거한 대통령 흔들기로 규정하고 전의를 다졌다. 세월호 참사가 진영 간 전쟁이 되어 버렸다.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시스템 개혁, 한반도의 600년 주인인 관료(제도)의 부산물인 관피아 척결 대업(大業)이 실종되었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참사의 핵심 원인이자 해법인 연안해운산업(시장)에 대한 규제감독 선진화 방안도 실종되었다. 21세기 관광산업을 일으킬 천혜의 자원인 3000여 개의 섬 개발 전략도, 섬 주민들의 생존권도 사라졌다.
두 대참사의 뿌리는 하나다. 규제감독 품질과 정치·정책 품질을 한없이 떨어뜨리는 정치 독과점 체제다. 대한민국의 침몰을 알리는 두 번의 비상벨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과 해법은 오직 하나다. 4∼6개 유력 정당의 생산적 정치 경쟁을 뒷받침하게 하는 선거정당제도 개혁이다. 이젠 역사와 대화를 많이 할 대통령께 간곡히 부탁한다. 국회의장은 이미 제안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