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합세한 반군, 동남부 잇단 장악… 나토 “1000여명 활동” 위성사진 공개 러, 유엔 안보리서 “美 거짓말”
전차 등으로 중무장한 러시아군 1000여 명이 국경을 넘어와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친(親)러시아 반군에 가세하면서 반군 점령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27일 아조프 해 연안 노보아좁스크가 점령당한 데 이어 인근의 스타로베셰베, 암브로시프카 등이 러시아군과 친러 반군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가 밝혔다. 노보아좁스크에서 약 30km 떨어진 주요 도시 마리우폴 부근에서도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마리우폴은 3월 러시아가 합병한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반군이 이 도시를 점령하면 러시아 본토에서 크림 반도로 연결되는 통로가 확보된다.
우크라이나는 29일 이번 러시아군의 개입을 ‘전면적 침공’으로 규정하고 국가안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폐지됐던 징병제를 가을부터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는 또 비동맹 지위 유지에 관한 헌법 조항을 무효화시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명백하게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또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나토의 니코 탁 준장은 러시아군 1000여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러시아군 전차, 장갑차와 텐트들로 가득 차 있는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주 국경지역 위성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격돌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는 이번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맞서 비탈리 추르킨 유엔 러시아대사는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 군대가 전혀 없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서방의 비난에 직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친러 반군에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포위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열어주라”면서 “이는 무의미한 희생을 피하고 가족과 재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론전을 펼쳤다. 반군 지도자는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