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명문에서 교육명문으로 발돋움 유치된 국비는 모두 학생에 투자… 인문학 소양 갖춘 고급인재 양성
의공학부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직접 실습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건양대 제공
건양대는 이 예산을 모두 학생교육 투자와 교육환경 개선에 쓸 계획을 세웠다. 재학생은 대학이 유치한 국비를 통해 수백억 원의 투자를 받는 셈이다. 건양대는 취업명문 대학에서 교육명문으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이전까지는 길러낸 인재를 사회의 각 일터와 기업에 투입하는 데 힘썼다면 이제부터는 대학의 교육과정과 질 자체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1991년 개교한 건양대는 설립 초기부터 ‘학생을 입학시켰으면 졸업이 아닌 취업까지 책임진다’는 신념으로 취업교육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즉, 대학교육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실현하겠다는 것. 전국 대학 중에서 최초로 취업전용 건물을 세우고 재학생의 진로설정 및 경력 관리를 위한 상담, 입사서류 클리닉, 모의면접 등을 지원하는 취업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미취업자를 직접 찾아가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학생 취업을 위해 대학이 발로 뛰는 노력을 보였다. 이러한 노력은 학생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도움으로 이어졌다. 많은 대학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형식적이고 이름만 있는 데 비해 건양대는 실제 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취업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온 건양대는 향후 대학 운영의 중점을 ‘교육의 질 높이기’에 둘 방침이다. 말 그대로 교육의 품질을 관리함으로써 학생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건양대는 이러한 양질의 교육을 통해 시대가 원하는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인재를 양성해 사회로 배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건양대는 올해 교내 주요 보직자를 포함시킨 교육품질관리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위원회를 통해 학과별, 단과대학별로 교육의 품질을 개선하고 모니터링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교육품질관리위원회의 핵심 업무는 교수들이 새 학기 강의계획서를 짤 때부터 지난해와 별 차이 없는 교육내용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체크하는 것. 매 학기 새로운 내용, 새로운 정보를 학생들이 습득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커리큘럼을 갱신하고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시대적 요구와 사회상을 반영한 내용이 강의에 포함될 수 있도록 교수들 서로가 크로스 체크함으로써 강의 질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그 혜택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같은 교육품질관리는 건양대가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총장을 포함해 모든 구성원이 전력으로 매달리고 있는 부문이다.
건양대는 올해 기초교양교육대학을 신설했다. 이는 최근 대학가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을 반영한 것.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인 미국의 애플사는 정보기술(IT) 기업임에도 철학과 인문학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는 걸로 유명하다. 아이팟과 아이폰을 개발한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과학과 기술 분야의 인재도 철학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위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곤 했다.
건양대는 인문계뿐만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에게도 인문학적 소양이 요구되는 지금 단지 몇 개의 교양강의로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듣고 나면 잊어버리는 교양 인문학 강좌 수준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인문학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이 때문에 단과대 차원의 기초교양교육대학을 만들어 1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인문학 교육을 받고 학생 스스로 관심있는 분야를 선택해 자기주도적으로 인문학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