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지금 가족의 모습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면 그때가 바로 우리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야 할 때다. ―나는 더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한기연·씨네21북스·2013년) 》
‘가족’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여러 명이 둘러앉은 단란한 저녁상이나 할머니가 아랫목에서 내어주는 군고구마처럼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모습이 먼저 그려질 것이다. 그렇다면 ‘내 가족’은 어떠한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존재이자 동시에 가장 큰 상처를 준 존재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지 속의 가족과는 다른 모습의 가족 안에서 살아간다. 또 ‘내 가족만 왜 이럴까’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문제가 없는 가족은 없다”고 단언한다. 허물이 없고 서로를 잘 안다는 생각에 가족 간의 대화는 격려와 소통보다는 비난과 상처로 흐르기 쉽고, 통제는 친밀함으로 곧잘 포장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가족의 모습에 불편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행동요법이 제시된다. 그중 하나는 ‘한계 설정’이다. 문제가 있는데도 그것이 잘못된 일인지조차 가족 구성원이 모를 때 혼자서만 문제를 지적하고 풀려 해서는 되레 저항만 부를 수 있다. 이때는 내가 허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명확히 선을 그어 구체적으로 가족에게 알리라는 얘기다.
더불어 문제가 된 주제를 적절한 시기에 한 번씩 되짚어 주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족 중 누군가가 나의 잘못을 지적할 땐 방어적인 자세를 거두고 주의 깊게 듣는 것이다. 반박할 논리를 찾지 말고 동의할 만한 부분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