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 ‘골든타임’]<6>관행이 돼 버린 부정부패 썩은 뿌리 잘라내야
○ ‘나눠 받고 내려 받으며’ 고착화된 부정부패
공공부문의 부정부패 관행은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 의식의 영향이 크다. 선후배나 동료가 감시자 역할을 포기하는 대신 완전범죄의 공범이 되는 길을 스스럼없이 선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간 이 씨의 돈을 받은 공무원은 6개 구 11명에 이른다. 먼저 돈을 받은 사람이 동료를 소개해 나눠 받고 후임자에게 인계해 내려 받은 것이다. 이들이 받은 돈은 밝혀진 것만 약 7700만 원. 지난해 11월까지 이어진 이 씨와 공무원들의 부당거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들어온 제보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올 1월 이 씨와 서울 모 자치구 공무원 최모 씨(47)를 구속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은 기업체 임직원 400명, 자영업자 600명 등 1000명을 대상으로 부정부패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2.3%가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제공한 금품 종류는 현금(30.4%)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상품권과 선물(이상 21.7%)이 각각 차지했다. 금품을 제공하는 이유로는 ‘떡값, 촌지 등 업무 처리상의 관행’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 공무원 상당수 “부정부패 심각하지 않다”
국민들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심각하게 바라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비리를 관대하게 보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부패인식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 “우리 사회가 부패했다”고 답변한 공무원의 비율은 13.5%로 일반 시민(53.7%)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최근 성빈 변호사(태인합동법률사무소)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박사 논문으로 제출한 ‘뇌물범죄에 대한 경찰관의 인식 연구’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경찰관 5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관행적 향응 수수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3.40점(5점 만점)으로 예상했다. 부정한 처사(4.29점), 알선수뢰(4.19점)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액수가 적은 관행적인 금품 및 향응 수수를 보는 시선이 지나치게 관대한 셈이다.
○ 한 건의 부정에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 많아야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은 비리행위는 동조자의 자발적 신고가 없는 한 발각될 가능성이 작다. 문제는 드물게 비리행위가 드러나도 징계 수위가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금품 및 향응 수수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271명. 이 가운데 파면 또는 해임 조치된 이는 58명으로 전체의 21.4%에 그쳤다.
한국행정연구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부정부패 해소 방안으로 ‘비리 공직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첫손에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자체적인 통제 기능뿐 아니라 시민단체 등 민간의 감시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김안태 부패심사과장은 “비리 행위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도록 처벌의 수위를 높이면 부정부패가 상당 부분 근절될 것”이라며 “관행화된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연금 박탈, 파면 등의 파격적인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