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
지금 공무원이 평생 버는 소득은 ‘일반 직장인 수준의 월급+국민연금의 2.6배인 공무원연금+일반 직장인보다 적은 퇴직수당’(①)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이걸 ‘일반 직장인 수준의 월급+국민연금 수준의 공무원연금+일반 직장인 수준의 퇴직연금’(②)으로 바꾸고 ①에서 ②로 바꾸기 전 퇴직연금의 수익성을 높이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이게 연금개혁의 뼈대다.
일반 국민은 공무원연금을 줄이는 대신 퇴직연금을 늘려주는 방식이 ‘조삼모사(朝三暮四)’식 개혁이라고 비판하고, 공무원들은 노후의 생계가 불안해질 것이라며 반발한다.
정부가 퇴직연금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지난달 27일 정부가 내놓은 사적연금 활성화대책 파일을 열어보면 알 수 있다.
사적연금에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있는데, 정부의 47쪽짜리 대책의 대부분은 퇴직연금 관련이었고 개인연금 관련은 2쪽뿐이었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폭을 넓혀주고 세제혜택을 더 주는 한편 예금자보호한도를 따로 5000만 원까지 더 인정해주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어찌나 꼼꼼히 신경을 썼는지 나중에 목돈이 필요할 때 퇴직연금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길까지 터놓았다. 반면 개인연금과 관련해서는 상품 종류를 다양화하겠다는 다짐뿐이었다.
공무원만을 염두에 두고 퇴직연금제도에 많은 배려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노후 대비라는 마라톤 경주에서 샐러리맨과 공무원이 동일 선상에 서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떻든, 샐러리맨들은 이 기회를 어떻게 해야 잘 살릴 수 있을까. 믿을 만한 전문가들 말을 종합해 ‘공무원처럼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3단계 전략’을 살펴보자.
자신이 가입한 개인연금을 운용하고 있는 은행, 증권, 보험사를 찾아가 감액 신청을 하라. 월간 납입액을 줄이기만 할 때는 수수료 등 추가 부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월 30만 원씩 내고 있다면 납입액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를 퇴직연금에 내는 게 좋다.
다음 단계는 자신에게 맞는 퇴직연금을 고르는 것이다. 퇴직연금에는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이 있다. DB형은 나중에 받을 연금액이 정해져 있지만 회사가 도산하면 일부를 떼일 수 있다. 안정적인 기업에 다니는 젊은 직장인에게 알맞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도산해도 연금을 전액 보장받지만 운용 실적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달라진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에 다니거나 은퇴를 앞둔 직장인라면 DC형으로 갈아타는 게 좋다.
끝으로 퇴직연금 불입액을 가능한 한 늘리라. 내년부터 퇴직연금 납입액 중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적립액 한도가 4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세금환급액이 48만 원에서 84만 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쳐서 납입액 4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 많은 직장인이 개인연금에만 연간 400만 원을 넣고 있다.
요즘 금융회사의 영업 행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일부 보험사 직원은 개인연금 수익률이 떨어지니 연금보험을 깨고 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하라고 현혹하고 있다. 금융회사에 “개인연금 줄이고 퇴직연금을 늘려야 하나”라고 물어보면 “두 상품의 구조와 재테크 전략을 두루 아는 사람이 없다”며 답을 미룬다.
금융회사들이 고객 입장에서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수수료 수입 늘릴 궁리만 하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같은 출발선에 섰으면서도 정보가 많은 공무원에 비해 퇴직연금 수익률 면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다. ‘남의 떡’인 공무원연금 줄이는 것보다 ‘내 떡’인 퇴직연금 늘리는 데 힘을 쏟는 게 더 진취적이다.
홍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