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1916∼1998)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하늘은 늘 거기, 우리 머리 위에 있는데 ‘머얼리서’ 온단다. 화자는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 없이 살았나 보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초가을 하늘이 어찌나 파랗고 맑은지 화자는 눈을 떼지 못한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화자는 풍덩 뛰어든다. 아, ‘가슴으로, 가슴으로/스미어드는 하늘/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처음에는 ‘여릿여릿 머얼리서’ 오던 하늘이 출렁출렁 푸른 호수로 눈에 가득 차고, 코로 허파로 스며들고, 입으로 목구멍으로 배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하늘을 마신다./자꾸 목말라 마신’단다. 그런 줄 모르고 살아왔지만 화자는 푸른 하늘이 고팠던 것이다. 향기롭지도 않고 메마른 도시 일상인의 갈증을 시원스레 풀어주는 청량한 하늘! 우리 가끔이라도 하늘을 보자. 사람들은 왜 하늘의 별을 보며 그리움을 느끼고, 죽으면 저 하늘로 돌아간다고 생각할까. 정말 우리는 우주 저편에서 온 것일까.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 하늘….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