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의 고음부가 내려오는 것은 좋은데 저음부도 같이 내려온다는 게 문제다. 가장조에서는 최저음이 도(C)#인데 바장조로 낮추면 낮은 라(A)까지 내려온다. 적지 않은 음들이 낮은 음계에서 움직여 곡이 처진다. 어느 음악가가 “원곡의 기백이 사라진 맥 빠진 애국가가 됐다”면서 “애국가를 운동권 노래보다 아래에 두려는 음모가 깔려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애국가 낮춰 부르기가 조희연 현 서울 교육감이 아니라 문용린 전 교육감 시절에 추진된 것으로 드러나 그 주장은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음모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애국가 낮춰 부르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꽤 있다. 애국가 선율은 안익태의 ‘코리아 환타지’에 들어 있다. 작곡가가 곡을 가장조로 썼으니 그 조로 연주해야 곡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꼭 가장조를 고집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코리아 환타지 속의 애국가는 현대적인 기악곡 속에 들어있는 합창곡이다. 그런 곡을 일반인에게 음높이까지 그대로 따라 부르라는 것은 교조적 태도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