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글로벌 戰場을 가다]<4>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공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8.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전경. 세계 최대 LCD TV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한 LG디스플레이의 ‘승부수’로 평가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천젠화(陳建華) 광저우 시장 등 한국과 중국 측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LG디스플레이 8.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 준공식이다. 이 공장은 부지 면적 33만 m²(약 10만 평)에 건물 연면적만 축구장 20개 크기인 12만 m²(약 3만7000평)에 이른다. 2007년 완공된 이 회사의 모듈(후 조립) 공장과 사원 기숙사 등을 합하면 전체 부지 면적이 200만 m²(약 60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산업 클러스터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녹색 제조 공장’ 인증을 받은 공장이기도 하다. 녹색 제조 공장은 올해부터 중국 정부가 제품 생산 및 폐기물 관리, 에너지 절감 등에서 환경 기준을 만족한 공장에 부여하는 인증제도. 광저우 시는 이곳을 ‘광저우 10대 산업단지’ 중 하나로 선정했다.
1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준공 버튼을 누르는 행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준호 ㈜LG 사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구본무 LG그룹 회장, 천젠화 광저우 시장, 천즈잉 광저우 개발구주임, 뤄웨이펑 광저우 부시장, 궈위안창 광둥 성 상무청장. LG디스플레이 제공
이 공장은 LG디스플레이가 처음으로 해외에 세운 LCD 패널 생산 기지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중국 난징(南京) 옌타이(煙臺) 광저우와 폴란드 브로츠와프, 멕시코 레이노사 등에 해외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완제품의 원재료가 되는 패널을 한국 공장에서 수입해 가공한 뒤 제품화하는 모듈 공장이다. 각 지역에 패널 공장을 따로 건설할 만큼 충분한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판매된 LCD TV는 전 세계 판매량의 29.4%(판매액 기준). 북미(20.1%)와 서유럽(13.8%) 시장을 합친 것보다 약간 적은 수치. 독보적인 1위 시장이다. 더구나 휴대전화, 대형 모니터 등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LCD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자국(自國) LCD 산업에 대한 전략적인 지원과 육성 정책을 쓰고 있다. 워낙 수요가 많다 보니 자국 시장에서만 선전(善戰)해도 ‘글로벌 강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공장에 들어간 투자비 40억 달러는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 시 산하 광저우개발구, 중국 TV 제조업체인 스카이워스가 각각 7 대 2 대 1의 비율로 부담했다. 중국 TV 메이커가 합작해 투자 단계부터 ‘판로’를 확보한 셈이다.
구 회장은 준공식 직후 “중국 내수(內需) 시장을 겨냥한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날 행사 뒤 주샤오단(朱小丹) 광둥 성장 등 중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 양측의 협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 19분기째 1위…대형 LCD 시장의 ‘절대강자’
이런 ‘위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한발 앞선 투자 결정과 축적된 기술력이 꾸준한 성공 요인이다. 1995년 출범한 LG디스플레이는 2000년 7월 세계 최초로 4세대 라인(P3)을 가동한 데 이어 2002년 3월에도 세계 최초의 5세대 라인을 가동했다. 세계 대형 모니터 수요 증가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한 결과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1∼6월) 매출 11조5667억 원 가운데 88.7%인 10조2563억 원이 해외 매출이다. 그만큼 세계 시장의 수요 예측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2004년 8월 6세대 라인(P6), 2006년 1월 7세대 라인(P7), 2009년 3월 8세대 라인(P8)의 양산 시점도 시장 수요를 따라갔다. 전 세계에 LCD TV의 바람이 불어오던 시기에 우수한 제품을 공급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한 셈이다. 한상범 사장은 “LG디스플레이의 성장 원천은 위기에서도 미래를 대비한 준비”라고 강조했다.
광저우=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