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돈다. 아파트 분양이 활기를 띠면서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락세가 이어지던 아파트 매매가도 소폭이긴 하지만 오름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견고한 회복세로 보긴 이르다.
정부가 어제 내놓은 ‘9·1 부동산대책’은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주요 규제혁파 정책을 대부분 포함시켰다. 준공 후 40년이 지나야 가능했던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전 등의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10년 단축했다. 주택청약제도도 수도권 1순위 자격요건을 1년으로 줄이면서 대폭 손질했다. 과거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아 효과는 적고 내성(耐性)만 키운 것보다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우리 국민이 가진 자산 중 평균 70%가량을 주택이 차지하는 현실에서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의 후유증은 컸다.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가 위축돼 집 한 채 가진 사람도 가만 앉아서 재산이 줄어드는 듯한 이른바 ‘역(逆)자산 효과’를 겪었다. 집을 팔려고 내놔도 팔리지 않아 고생하는 ‘하우스푸어’는 물론이고 부동산 중개사무소, 이삿짐센터, 인테리어 업체, 가구 업체,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주름살이 졌다. 부동산 시장의 온기가 널리 퍼져야 서민경제의 고통도 덜어질 수 있는 이유다.
부동산에서 모처럼 돌기 시작한 ‘최경환 효과’를 확산시키려면 관련 법률의 처리가 시급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분양가 상한제를 투기 우려 지역에 한정한 주택법 개정안 등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가짜 민생 법안’이라며 통과시키지 않을 태세다. 아파트 값이 하루가 다르게 뛸 때 나온 정책을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까지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낡은 이념에 갇혀 민생을 외면하는 구태(舊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