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주도적으로 만든 세월호 특별법안이 법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을 것이다. 변협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중 한 명에게 검사의 지위를 부여해 사실상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법률안을 유가족 대책위 및 시민단체와 함께 7월 9일 입법청원했다. 새누리당과 적잖은 법률 전문가들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라며 반대할 때마다 유족들은 “변협이 만든 법안인데 무슨 소리냐”고 반발했다. 일반 국민 가운데도 특정 이념 편향적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아니고 변협이 만든 법안에 문제가 있겠느냐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어제 변협 역대 회장단이 변협을 방문해 “법치주의에 입각해 유가족을 지원하라”며 의견서를 전달했다. 변협의 원로들이 현 집행부에서 만든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해 잘못됐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의견서는 “조사위에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형사사법의 대원칙을 위반한다는 의견 대립이 존재함에도 현 집행부가 이를 무시한 채 편향된 시각을 담은 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법치주의 근간을 무시하며, 입법 만능주의에 기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족들이 강력히 요구하는 조사위의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력구제(自力救濟) 금지라는 문명국가의 법질서에 위배될 뿐 아니라 대형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피해자들이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여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수사권 기소권 부여 주장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런데도 유족들은 변협만 믿고 여야의 합의를 두 차례나 거부했다. 온 나라가 세월호 정국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 데는 변협의 책임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 변협은 “조사위에 수사권 기소권 부여는 유일무이한 안이 아니라 하나의 안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물러서면서도 원로들의 방문에 대해 “이해가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변협 집행부는 군색한 변명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2008년 광우병 시위 때도 편향적 ‘전문가’들이 왜곡된 정보를 퍼뜨려 국민을 오도하고 국기(國紀)를 뒤흔들었다. 변협의 명예와 권위를 더 추락시키지 않으려면 집행부는 온 나라를 소모적인 정쟁에 빠뜨린 책임을 통감하고, 자신들이 잘못 만든 법안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