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논설위원
영국 런던 첼시에 ‘런던 오러토리 스쿨’이라는 학교가 있다. 요새 말로 런던에서 가장 핫한 학교 중 하나다. 사립학교(public school)도 아니고, 시험 쳐서 들어가는 그래머스쿨(grammer school)도 아니고, 평준화 학교인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인데도 그렇다. 특색이 있다면 가톨릭계 학교라는 점이다. 영세를 받은 학생에게 우선적으로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가톨릭계 학교는 정부 예산만 아니라 지역 가톨릭 공동체로부터 기부를 받기 때문에 일반 종합학교보다 예산이 풍족하다. 일반 종합학교와는 달리 엄격한 교육 전통이 살아있어 학습 분위기도 좋다. 무엇보다 예술 체육 교육이 충실하다.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려고 자녀가 유아일 때 영세를 줘놓고 대비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는 가디언지(紙)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블레어는 위선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블레어는 “나는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고 결심했다.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음에도 교육수준이 낮거나 보통인 일반 종합학교에 보내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일”이라며 결국 오러토리에 보냈다.
블레어가 이 일로 난처했을 때 그의 섀도 내각에서 장관직을 맡은 해리엇 하먼은 한수 더 떠 둘째 아이를 그래머스쿨에 보냈다. 해리엇은 이미 첫째 아이를 오러토리에 보냈다. 블레어는 “그래머스쿨에 보내기로 한 것은 부모로서 그녀가 선택할 일”이라고 변호했다. 블레어는 후에 둘째와 셋째 아이도 오러토리에 보냈다.
영국은 독일 프랑스에 비해서도 교육 평준화를 강력히 추진한 나라다. 그런데도 노동당 지도부에서조차 이런 균열을 막지 못했다.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대학에 갈 능력이 있는 아이와 직업교육을 받아야 할 아이를 나누는 나라다. 사회민주당은 대학준비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과 직업학교를 통합한 게잠트슐레(Gesamtschule)를 도입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프랑스는 공립학교 일색일 것 같지만 반(半)공립 반사립(priv´e sous contrat)학교가 의외로 많다. 좋은 반공립 반사립학교는 상당한 학비를 받는다. 교육열이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좋은 반공립 반사립학교에 보내려고 애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박정희 대통령에 비판적인 사람이다. 그런 그가 박정희의 평준화 정책만은 높이 사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정희를 칭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말이라도 박정희식 평준화 정책을 들먹이다니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