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 ‘골든타임’]신뢰사회 만들기 위한 제안 정책 일관성 유지-소통 기구 절실… 불신따른 사회적 비용낭비 막아야
사회적 불신은 고스란히 정부나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인터넷 괴담이 불신을 더욱 부추긴다. 사안마다 갈등이 증폭되며 혼란이 야기된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저서 ‘신뢰’(Trust·1995년)를 통해 사회 내부에 신뢰가 낮은 국가일수록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경제가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회 불신을 줄이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은 물론 국민 및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소통의 통로가 절실하다.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갈등을 보자. 전북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갈등(2003∼2005년)을 비롯해 용산 철거민 참사(2009년), 밀양 초고압송전탑 건설(2009년), 제주해군기지 건설(2007년∼현재) 등도 초기에 해당 지역주민이나 단체에 정책 취지를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면 극한투쟁까지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따라서 정치권부터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에게 ‘누구를 제일 불신하나’(복수응답)를 물어보니 ‘정치인’(86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올 4월 정치권의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무(無)공천 방침 철회 논란에서 보듯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위해 공약했다가 당선 후 폐기하면 유권자들은 정치권, 나아가 사회 전체를 불신하게 된다. 홍성기 아주대 특임교수는 “국내 지도층 리더십의 제일 큰 문제는 포퓰리즘”이라며 “단기적으로 표심을 얻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선거 후 정치적 리더십이 사라지고 사회 신뢰가 망가진다”고 말했다.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에 대한 인성 교육과 사회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롤 모델이 필요하다. 세계투명성기구 한국본부 안태원 상임이사는 “청소년들에게 경쟁에서 이기고 남보다 우수해지는 데 초점을 맞추는 교육이 아닌 신뢰와 윤리의식을 높이는 인성교육을 장기간 진행해야 사회적 신뢰가 올라간다”며 “언론 종교단체 등이 사회 불신이나 갈등을 중재해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에 ‘큰 어른’이 존재해야 갈등을 중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나서는데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 큰 어른이 사라졌다”며 “정계, 재계, 시민단체, 전문가집단 등 사회 각 분야의 리더들이 모여서 사회적 신뢰를 높일 방법을 공론화해 국가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