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국가대표다]<2>양궁 리커브서 전환 민리홍
통풍으로 한때 활시위를 당기지도 못했던 민리홍은 컴파운드를 만나면서 제2의 양궁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경기 김포에서 나고 자란 민리홍은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 등 2관왕에 도전한다. 이름에 ‘이로울 리(利)’와 ‘클 홍(弘)’자를 쓰는 그가 이름처럼 한국 양궁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열아홉 살 양궁 유망주였던 그를 괴롭힌 병은 통풍(痛風)이었다. 통풍은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병이다. 손발은 물론이고 전신이 아팠다. 활을 쏘려면 시위를 당겨야 하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 도저히 활을 쏠 수 없었다. 운동은커녕 옷을 혼자 입고 벗기조차 힘들었다. 활을 들어야 할 손에는 목발을 들어야 했다.
그랬던 민리홍이 태극마크를 달고 19일 개막하는 인천 아시아경기에 나선다. 단, 종목이 조금 바뀌었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대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리커브가 아니라 컴파운드 종목에 출전한다. 컴파운드는 활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던 민리홍에게는 구원 그 자체였다.
컴파운드는 도르래와 조준경 등 기계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양궁의 총’이라고도 불린다. 배우기가 쉬워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리커브보다 훨씬 인기가 많다.
그렇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종목 이름도 생소할 때였다. 이번 아시아경기부터 정식 종목에 채택됐지만 아직까지 올림픽은 물론이고 전국체전 정식 종목도 아니다. 컴파운드 선수들이 국가대표 자격으로 선수촌에 들어간 것도 지난해부터다.
리커브에서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지낸 그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손가락으로 시위를 당겨서 활을 쏘는 리커브와 달리 활의 양 끝에 도르래가 달려 있는 컴파운드는 신체에 주는 충격이 훨씬 작았다. 격발 스위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손가락도 아프지 않았다. 지난달 말 인천 계양 아시아드 양궁장에서 만난 민리홍은 “처음 컴파운드를 시작했을 때는 국내에 이 활을 아는 사람이 없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렇지만 컴파운드는 내게 구원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활을 계속 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된 치료로 통풍의 통증도 상당히 완화된 상태다.
컴파운드 대표팀은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리커브와 마찬가지로 전 종목 석권(금메달 4개)을 노린다. 전망은 무척 밝다. 민리홍은 지난해 6월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컴파운드 2차 대회 때 36발 가운데 35발을 10점 과녁에 명중시켜 359점으로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양궁연맹(WA) 1차 월드컵 혼성부에서는 김윤희(20·하이트진로)와 짝을 이뤄 세계 최강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컴파운드 대표팀은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그랑프리 컴파운드 단체전에서 남녀 모두 금메달을 땄다. 민리홍과 최용희(현대제철), 김종호(중원대)가 나선 남자 대표팀은 라이벌 이란을 230-224로 이겼다. 석지현(현대모비스), 최보민(청원군청), 김윤희로 구성된 한국 여자 대표팀도 결승에서 대만을 218-209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민리홍은 “컴파운드는 리커브보다 정확성이 뛰어나고 거리가 짧아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나뿐 아니라 컴파운드 대표팀 선수 모두가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 등 2관왕에 올라 컴파운드의 매력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