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천아시아경기 D-17]배드민턴 박주봉-이용대

입력 | 2014-09-02 03:00:00

[레전드가 미래의 레전드에게] “마음 비우면 세계선수권 銀도 보약”
“컨디션 80%… 매일 1%씩 올려야죠”




‘셔틀콕의 황제’ 박주봉 일본 대표팀 감독(오른쪽)이 한국 남자 배드민턴 에이스 이용대의 인천 아시아경기 선전을 응원하며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코펜하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배드민턴의 에이스 이용대(26·삼성전기)는 ‘제2의 박주봉’으로 불린다. 박주봉(50)이 누구인가. 10년째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전주농고 1학년 때인 1980년 태극마크를 단 뒤 1990년대 중반까지 셔틀콕 황제로 이름을 날렸다. 이용대는 화순중 3학년 때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뒤 2006년 18세로 독일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박 감독에 이어 두 번째 고교생 챔피언에 올랐다. 24세 차이로 똑같이 용띠인 이들이 지난달 31일 세계개인선수권이 열린 덴마크 코펜하겐의 발레루프 슈퍼아레나에서 만났다.

박 감독은 자신에게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한 이용대에게 “이번 대회에서 뛰는 걸 보니 운동을 많이 한 것 같다. 아시아경기에서도 기대가 된다”며 덕담을 건넸다. 박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19일 개막하는 인천 아시아경기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8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 이용대가 버틴 한국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불과 며칠 후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적으로 만나야 할 처지지만 하늘같은 선배는 자신의 뒤를 따르고 있는 후배를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홈에서 하는 대회이다 보니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 주위의 기대와 관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박 감독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남자 복식 금, 은, 동을 휩쓴 데 대해 “정말 감격스럽다. 다들 힘을 합쳐 더 잘해주기를 바란다”며 기뻐했다. 세계개인선수권에서 5차례 정상에 오른 박 감독은 이용대가 결승에서 패한 데 대해 “금메달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평소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평정심 유지와 감정 컨트롤이 중요하다.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쓴 약이 되리라고 본다”고 했다.

박 감독은 아시아경기에서도 금메달 4개를 거머쥐었다. 1986년 서울 대회 때는 3관왕에 올랐다. 반면 이용대는 아직 아시아경기 금메달이 없다. 두 차례 출전해 단체전 은메달 2개, 복식 동메달 2개를 걸었다. 이용대는 “메달 색깔은 미세한 차이에서 결정된다. 세계선수권에서 아쉬웠던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감독은 “부상 방지도 중요하다. 컨디션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코트에서 많이 뛰면서 상황 대처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용대 역시 “현재 몸 상태는 80% 정도인 것 같다. 앞으로 대회 때까지 20일 동안 매일 1%씩 끌어올릴 생각이다. 수비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이용대가 도핑 테스트 기피 혐의로 1년 자격정지를 받았다 풀린 데 대해 박 감독은 “안타깝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용대에게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3개월 정도 이용대가 쉬면서 부상을 관리할 수 있었고 재충전한 것 같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박 감독은 올해 일본을 사상 첫 세계남자단체선수권(토머스컵) 정상으로 이끌었다.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이번 대회 기간 교도, 지지 등 일본 통신사의 영국 런던특파원들이 원정 취재를 왔다. 이용대는 “박 감독님은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존경심을 표시했다.

박 감독은 16일 일본 대표팀과 한국에 입국한다. 이용대는 2일 귀국 후 아시아경기 배드민턴을 치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코트 적응과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간다. “이제 인천에서 보자. 준비 잘하자.” 어깨를 두드려주는 박 감독의 격려에 미소로 대답한 이용대의 얼굴에 새로운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코펜하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