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전임 회장들 항의 방문에 한발 물러선 辯協

입력 | 2014-09-02 03:00:00

“세월호法 법치주의 근간 지켜야”… 前회장들 20분 면담-의견서 전달
변협 “수사-기소권 부여 고집안해”




전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단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 사무실에서 위철환 변협 회장(가운데)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임 회장단은 변협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라’고 성명을 낸 것에 대해 전체 회원의 뜻을 반영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전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들이 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대한변협 사무실을 방문해 현 집행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 데 항의하는 의견서를 위철환 변협 회장에게 전달했다.

○ 막판까지 문구 놓고 진통…성명서는 의견서로

20분 남짓 비공개로 이어진 면담 때 위 회장이 먼저 해명에 나섰다. 한 전임 회장이 “우리가 왜 항의방문을 했는지 묻는 게 순서가 아닌가”라고 발언을 제지했고, 이들은 “우리 뜻은 여기에 있다”라며 미리 준비한 의견서만 전달하고 별다른 대화 없이 자리를 떴다.

A4용지 4장 분량의 의견서에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형사사법의 대원칙을 위반한다는 의견 대립이 존재함에도 현 집행부가 이를 무시한 채 편향된 시각을 담은 입법안을 제정하라고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 근간을 무시하며, 입법 만능주의에 기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의견서는 변협 회장을 지낸 김두현 박승서 함정호 정재헌 천기흥 이진강 신영무 변호사가 공동 작성했으며, 이 가운데 4명이 항의방문에 나섰다. 의견서 초안에는 원래 ‘헌법과 법률에 따른 법치주의 원칙에 따르지 않고’ ‘일부 여론에 편승하여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여야 할 변협의 존재 목적과 본분을 잊고’ 등의 강한 비판을 담은 표현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긴급 조찬 회동에서 이런 표현은 두 차례 수정을 거치면서 빠졌다. 이 모임의 좌장격인 정재헌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변협 집행부가)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해 세월호 특별법을 지원해 달라는 뜻에서 의견서를 전했다”고 말했다. 당초 전임 회장은 현 집행부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현 집행부의 체면에 손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의견서 ‘내부 전달’로 바뀌었다.

○ 변협 “다른 대안 배척 않는다”

전임 회장단이 항의방문한 직후 변협은 상임이사회를 열었고, 이날 오후 3시 “변협의 세월호 특별법 안을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며 다른 대안을 배척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변협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위 회장 측 인사는 “전임 회장들이 오해가 있었는데 현 집행부의 취지를 납득시켰다”고 설명했으나,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전임 회장은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며 불쾌해 했다.

전임 회장들의 이례적인 방문은 변협이 올해 7월 9일 국회에 입법청원한 이른바 ‘세월호 특별법’ 때문이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고, 조사위의 4분의 3을 야당 또는 피해자가족 측 추천인사로 채우는 법률안은 변협이 유가족 대책위와 70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마련했다.

국회에서 특별법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변협은 24일 위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변협이 마련한 법률안이)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여권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변호사 1043인 명의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신나리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