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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진보의 최후 집권전략'에서 '진보 정치세력(새정치민주연합과 그 지지자들을 가리킴)'의 아킬레스건이자 (지난 대선 포함) 선거 참패의 한 요인은 '싸가지 없음'이며 싸가지 없음은 '도덕적 우월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강 교수의 새 책을 소개한 한 언론 기사(강준만 "잘난 척만 하는 진보는 필패다"를 링크하고 "상황을 좀 안이하게 보는 듯"이라며 강 교수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에 던질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화'는 87년 이후 어느 정도 실현되었기에 대중의 욕망을 사로잡지 못하고, '통일'은 북한의 변화가 없는 이상 개성공단이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새로운 아젠다(의제)를 설정하지 못한 진보의 현실을 짚었다.
진 교수는 "진보정당은 낡은 NL(민족해방계)이라는 낡은 이념 하나 처리 못 하고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이석기 사태 만나 산산조각이 나고… 이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즉 진보든 개혁이든 김대중-노무현 이후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쉽게 말하면 싸가지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싸가지가 있어도 그 좋은 싸가지로 대중에게 할 말이 없다는 것"이라며 "할 말만 있으면 싸가지는 문제가 안 된다. 진보·개혁이 무슨 도덕재무장 운동도 아니고…"라고 덧붙였다.
진보 진영의 집권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진 교수는 "MB(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주장하는 건데, 진보개혁의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며 "집권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사회를 새롭게 기획하는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거기에 싸가지까지 갖춘다면, 특정 계층이나 연령층을 상대하는 데에 효과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싸가지 환원론은 비과학적이며, 심지어 보수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강 교수의 주장을 비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