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환(1961∼ )
여보씨요잉 나 세동 부녀 회장인디라잉 이번 구월 열이튿날 우리 부락 부녀 회원들이 관광을 갈라고 그란디요잉 야? 야, 야, 아 그라제라잉 긍께, 긍께, 그랑께 젤 존 놈으로 날짜에 맞춰서 좀 보내주씨요잉 야?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좋다고라? 앗따, 그래도 우리가 볼 때는 이놈하고 저놈이 솔찬히 다르등마 그라네 야, 야, 그랑께 하는 말이지라 아니, 아니, 그놈 말고, 아따, 그때 그 머시냐 작년에 갔든… 글제라 잉 맞어 그놈, 김 기사 그놈으로 해서 쫌 보내주랑께 잉, 잉, 그놈이 영 싹싹하고 인사성도 밝고 노래도 잘 하고 어른들 비우도 잘 맞추고 글등마 낯바닥도 훤하고 말이요 아, 늙은 할망구들도 젊고 이삐고 거시기한 놈이 좋제라잉 차차차, 관광차 타고 놀러갈 것인디 안 그요? 야, 야, 그렇게 알고 이만 전화 끊으요, 잉?
이 부녀회장은 혼자 전화 통화를 하는 게 아닐 테다. 모처럼 한가롭게 다리를 뻗고 앉았거나 뒹굴뒹굴 누워서 통화 내용에 귀를 쫑긋 세우고 “글제, 글제” 추임새를 넣거나 “아따 언니, 그놈이 뭐요?” 하며 까르르 웃는 부녀회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테다. 마을 공터마다 콩이며 팥이며 붉은 고추를 한바닥 널어놓고 한숨 돌리는 농촌의 구월. 한 해의 징글징글한 고생을 마무리하는 관광철이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