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
특권 지키기에 거센 비판여론

표결 앞두고 만난 여야 지도부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오른쪽)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월 이후 국회를 법안 처리 ‘0건’의 식물 상태로 방치해온 여야는 3일 금품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동료 의원 구하기’에는 의기투합했다. 비리 의혹보다는 희한한 의리가 앞서는 구태를 보여줬다. 결국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불체포 특권 등 각종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공약은 헛된 구호였다. 여론의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 정쟁은 정쟁, 특권은 특권?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그러나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는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처리에는 힘을 모았다. 한 치의 양보 없이 티격태격해 오던 여야가 ‘국회의원 특권 유지’에는 ‘우리가 남이가’를 합창한 셈이 됐다.
○ 여도 야도 허언(虛言)만
특히 송 의원이 소속돼 있는 새누리당은 불과 2주 전 “방탄국회는 없어져야 한다”던 당 대표의 공언(公言)을 공언(空言)으로 만들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어떤 경우라도 우리 당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를 열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기국회 시작에 맞춰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정기국회는 방탄국회가 돼 버렸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도 양당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의원들 자율에 맡겼다. ‘특권 유지’를 위해 방치했다는 지적을 떨칠 수 없어 보인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 개혁’ ‘특권 내려놓기’를 입에 달고 살지만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해야 될 일은 안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골라서 한 꼴”이라며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릴 만한 일만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 “불체포 특권, 이번에는 없애자”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말로만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내려놓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체포특권이 군사정권 등 권위주의 정부 시절 입법권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니 만큼 철폐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민동용 mindy@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