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아웃이 세이프 될 땐 투수 72% 실점

입력 | 2014-09-04 06:40:00

심판 판정 하나에 웃고 우는 게 투수다. 올 시즌 3일까지 판정번복은 29차례로 이중 아웃이 세이프로 번복된 경우는 18번 이었다. 18번의 판정번복 이후 투수들이 실점한 경우는 13번으로 실점율은 72%에 달했다. 안지만(사진) 등 삼성 투수들은 지난달 22일 대구 두산전과 30일 대구 넥센전 승부처에서 나온 판정 번복 이후 크게 흔들렸다. 문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뒤집어진 심판합의판정…피해자는 투수였다

판정 번복된 29번 중 18차례 아웃이 세이프로
그 18번 중 13차례의 경우 상대팀이 득점 성공
안지만 30일 넥센전서 판정 번복 후 3점포 허용
차우찬 22일 땅볼이 안타 둔갑 후 패배 빌미 볼넷

차우찬 “타자들은 오히려 집중…실투 땐 장타”

심판이 아웃을 선언해 이닝을 마무리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투수. 그러나 상대팀 감독이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덩그러니 서서 판정을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힘도 빠지고, 급격히 전투력도 떨어진다. 여기에 아웃이 세이프로 번복돼 다시 마운드에 서게 된다면, 과연 투수는 이전처럼 던질 수 있을까.

2014시즌 프로야구 후반기부터 본격 시행된 심판합의판정이 시행 45일째를 맞았다. 3일까지 총 67번의 합의판정 요청이 있었고, 이중 29차례 판정이 번복됐다. 번복 비율이 43%에 달한다. 판정의 공정성에는 기여했지만, 경기 흐름을 끊는 부작용은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 ‘피해자’가 투수다. 세이프가 아웃으로 판정될 때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반대로 아웃이 세이프로 바뀌면 투수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특히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향하다가 판정 번복으로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의 경우 ‘멘탈’이 흔들리기도 한다. 심판합의판정 그 후, 투수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 아웃이 세이프로 번복되면 72%가 실점

판정이 번복된 29번의 사례 중 아웃이 세이프로 바뀐 경우는 18차례나 된다. 이 수치가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얼마나 흔들렸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 5차례는 판정번복 이후에도 득점 없이 이닝이 마무리됐다. 넥센과 KIA가 각각 2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LG도 1차례 판정번복 후 득점 없이 공수교대를 했다.

그러나 다른 13차례에선 판정번복이 득점까지 이어졌다. 다시 말하면 아웃이 세이프로 바뀐 이후 투수가 심적으로 흔들렸다는 얘기다. 실제 판정번복 후 투수들의 실점률은 72%에 달했다.

몇 가지 실례를 살펴본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8월 30일 대구 넥센-삼성전. 삼성은 류중일 감독이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의미를 부여한 이 경기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았다. 1-3으로 뒤진 8회초 안지만을 구원 등판시켜 반전을 꾀했지만, 합의판정이 발목을 잡았다. 넥센 강정호가 2사 1·2루서 박동원의 좌전안타 때 홈을 밟았지만, 구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이닝이 그대로 끝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넥센은 합의판정을 요청했고, 아웃은 세이프로 번복됐다. 당연히 스코어도 4-1로 벌어졌다. 이후 안지만은 더 동요했고, 추가로 서건창에게 3점홈런을 허용했다. 삼성도 1-7로 져 2연패에 빠졌다.

삼성 차우찬도 8월 22일 대구 두산전 4-4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서 허경민의 유격수 땅볼이 합의판정을 거쳐 안타로 바뀌면서 흔들렸다. 다음 타자 김현수에게 곧바로 볼넷을 내줬고, 이후 안지만이 구원 등판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홍성흔의 1타점 적시타가 나왔고, 삼성은 4-5로 졌다. 차우찬은 “합의판정이 보통 승부처에서 이뤄 지다보니까 투수 입장에선 압박이 적지 않다. 판정 번복 후 타자들은 오히려 더 집중하기 때문에 실투가 장타로 이어지곤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일시적으로 흔들릴 뿐…제도 적응되면 곧 익숙해질 것”

이처럼 아웃이 세이프로 번복되는 합의판정은 투수에게 불리할 수 있다. 투수의 압박감은 커지고, 끊겼던 흐름은 상대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차우찬은 “투수가 못 던진다기보다 판정 번복으로 인해 흐름이 상대로 넘어가면서 타자가 더욱 잘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명석 MBC 스포츠플러스 설위원은 “결국은 기회를 부여받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될 것이다. 타자 입장에선 기회를 다시 얻으면서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고, 투수는 수비하는 입장에서 마운드에 다시 오르니까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삼성 김태한 투수코치는 “생소한 제도가 후반기부터 도입되면서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합의판정제도에 차차 적응하고 익숙해지면 투수들도 심리적으로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 위원은 “판정 번복이 익숙하지 않아 허탈할 수 있다. 하지만 번복으로 인한 심리적 영향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코치도 “예전에는 없었던 제도다. 내년이면 선수들도 익숙해질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코칭스태프도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