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쏟아진 민원
이날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속도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개혁에 과감하게 달려들어야지 이거 하나, 저거 하나 고치는 식으로는 별로 표도 안 난다”라거나 “융통성을 발휘하라”는 말로 해당 부처 장관들을 다그쳤다.
이날 부산에서 올라온 김경호 원파크 대표는 사업을 하기 위해 부산시에서 토지를 68억 원에 샀지만 구청에서 건축허가가 나지 않아 돈이 묶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투입한 돈이 90억 원 정도 되는데,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100만 원씩 이자로 사라지고 있다”면서 답답해했다.
이지은 ‘바로화덕치킨’ 사장은 “현재 지자체장이 옥외영업을 허가해 줄 수 있는데 같은 동네 상인들과 구청을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면담을 신청하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이태원 같은 관광특구는 옥외영업이 허용되면서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며 “옥외영업이 가능한 방안과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건의를 들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지자체 규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조례, 규칙 등 이른바 지방규제 5만3000여 건 중 10%가량을 연말까지 없앤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지자체 간 경쟁을 유도해 자발적으로 규제를 개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건의는 3월 1차 회의 때 ‘네일미용업’을 미용 분야에서 독립시켜 달라는 것과 같은 취지다. 상반기 미용 분야 규제개혁을 할 때 종합적으로 분석해 개혁했다면 한 번에 해소될 일을 두 번에 걸쳐 하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국가 연구개발(R&D) 규정에다 묶어서 기술료로 내게 하는 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 불만이 많았지만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대통령 앞에서는 한번에 해결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부작용이 염려되면 ‘못 한다’ 할 게 아니라 부작용을 창의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개혁의 효과가 제대로 나려면 공무원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민원인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하려고 해도 솔직히 감사가 무서워서 못하는 공무원이 많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을 안 하면 책임지게 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해서 어떻게든 일이 성사되도록 하면 칭찬받도록 감사원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