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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惡에 참수되는 기자들

입력 | 2014-09-04 03:00:00


스마트폰으로는 미국 NBC 뉴스가 보기 편하다. 어제 출근하다 NBC 뉴스를 보니 앵커 브라이언이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의 두 번째 미국 기자 참수 소식을 전했다. 담당 특파원은 스티븐 소틀로프 기자가 참수당했다는 짧은 리드를 전한 직후 부연 설명을 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브라이언, 이 말을 꼭 해야겠다. 그는 끝까지 매우 용감했다.” ‘용감했다’는 말 뒤에 소틀로프가 견뎌야 했던 참수의 공포가 더 생생히 전해지는 듯했다.

▷소틀로프의 나이 겨우 31세. 타임지 등을 위해 활동했던 프리랜서 기자로 시리아에서 취재 중 1년 전에 실종됐다. 그의 처형은 2주 전 미국 프리랜서 사진기자 제임스 폴리가 참수될 때 예고됐다. 지난주 소틀로프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언론을 통해 IS에 간청했지만 소용없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역겹고(disgusting) 야비한(despicable) 행위”라고 비난했다.

▷미국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집계에 따르면 1992년 이후 현재까지 취재 중 피살된 기자의 수는 1073명. 가장 최근 피살된 기자가 2주 전에 참수된 폴리다. 소틀로프가 곧 명단에 오르면 그 수는 1074명이 될 것이다. 피살되는 기자는 대부분 분쟁지역에서 취재하다 죽는다. 우리나라 기자들은 분쟁지역 취재를 잘 가지 않아 1074명 중에 우리나라 기자는 한 명도 없다. 일본인 기자는 6명이 포함돼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

▷외신 뉴스를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영역을 넓히는 IS처럼 극악무도한 테러집단을 보지 못했다. 탈레반과 알카에다도 잔인하지만 그들은 민간인에게 저지른 만행을 최대한 외부 세계에 숨기려 한다. 반면 IS는 민간인을 집단으로 총살하는 장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한다. 그리고 게임하듯 잔인함의 강도를 높여간다. 지금도 곳곳에서 제네바협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전례 없이 악랄해지고 국가만큼 강력해지는 테러집단을 상대하는 기자들에게 존경과 위로를 보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