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경제부 기자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경기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되고 있는 소득불균형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에 불어닥친 ‘부유세’ 논란이 근로자의 삶에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금 문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수준이 경제적 빈곤 상태에 있는 저소득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가 큰 만큼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내수 경기가 살아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국내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최근 불거진 최저임금 논쟁에는 몇 가지 ‘논리적 함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저임금 일자리의 상당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다. 얼마 전 해군장교에 지원, 합격해 화제가 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둘째딸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다는 일화처럼 심지어 재벌그룹의 자녀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3분의 2가량은 저소득층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 규정이 있어도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청년 40%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고 30%는 최저임금이 얼마인 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불투명하게 결정되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처럼 최저임금을 중위소득의 50% 수준을 기본으로 물가와 성장률 등을 반영한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투명한 임금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