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산층 현장보고서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2011년 9월 자본주의 심장부 미국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된 월가 점령 시위. 시위대는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상위 1%에 집중된 부의 불평등에 항의하며 거리를 점령했다. 동아일보DB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보스턴대 사회학 박사
얼마 전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는 ‘보스턴의 모든 주택을 사들일 수 있는 돈을 빌 게이츠가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이츠의 재산은 총 784억 달러(약 78조 원)인데 이 돈이면 총 11만4212채로 추산되는 보스턴 주택을 다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 자신도 이 기사를 써놓고 믿기지 않는지 자조 섞인 어투로 “휴, 담배나 한 대 피워야겠다(‘I think I need a bath’의 의역)”는 말로 기사 마지막 문장을 대신했다.
필자는 미국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득이 전 세계 1위 자리를 내주었다며 세계 그 어느 나라 중산층도 범접할 수 없었던 미국 풍요의 신화가 일그러지고 있다고 했다.
답은 바로 ‘극소수 최상위 소득계층’이다. 뉴욕타임스는 올 4월 “최근 소득 증가의 가장 큰 몫이 극소수 최상위 소득가구(small slice of high-earning household)에 흘러들어갔다”며 “대부분의 미국인은 세계의 다른 국가 국민들이 그랬던 것과는 달리 그 어떤 열매도 공유하지 못했다”고 했다.
부자들의 소득이 중산층이나 저소득층 소득 증가와 함께 이뤄졌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란 나라는 부자라는 이유로 욕을 먹는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자본주의의 첨병사회 아닌가.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바로 ‘모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 ‘나도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우리는 그것을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라 불러왔다.
미국 내 소득불평등은 얼마나 진행된 것일까?
미 사회보장국(SSA)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연 3만 달러(약 3000만 원) 소득을 가진 미국 근로자라면 그 밑으로 53.2%에 달하는 임금 근로자들이 있다고 한다. 숫자로 치면 전체 임금노동자 인구(1억5360만 명) 중 약 8170만 명이 속한다. 다시 말해 미국에서 1인당 우리 돈으로 연간 3000만 원가량 버는 근로자라면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내 최고 부자 소리를 듣는 최상위 소득계층이 몇 명이냐고 할 때 800명 설, 400명 설이 있는데 사회보장국에 따르면 고액 연봉 상위 894명은 연봉으로 최하 2000만 달러, 즉 우리 돈으로 200억 원 이상의 소득을 매년 챙기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전체 임금 노동자의 총 소득 370억900만 달러보다 더 많다.
미국 내 소득 상위 5%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자본이득(capital gains), 즉 땅 같은 것을 팔아서 매매차익을 얻는 경우를 포함하지 않고 단지 연 1인당 세후 소득(after-tax per capita income)만을 두고 볼 때, 상위 5% 내 부자들의 경우 1인당 연 5만8600달러(약 5800만 원)를 번다. 이는 캐나다보다 20%, 영국보다는 26%, 네덜란드보다는 50% 더 많은 액수다.
파리경제대의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The World Top Incomes Database)는 더 극명한 격차를 보여준다. 미국인 상위 1%가 2012년 평균 1인당 130만 달러(약 13억 원)의 소득을 올렸으며, 상위 0.01%는 1인당 평균 3080만 달러(약 308억 원)를 벌어들였다.
세계 최고 경제대국 미국의 실체는 중산층들에겐 가혹하기만 한 허상일 뿐이다.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보스턴대 사회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