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형 선수들은 노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민과 류현진도 ‘노력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던 시절 윤석민은 가장 게으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러고도 2011년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에 올랐다. 윤석민은 “내가 봐도 죽어라 훈련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운동할 때만큼은 집중해서 철저하게 한다”고 했다. 류현진 역시 놀 때는 놀고, 할 때는 하는 선수다.
올 시즌 윤석민은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노퍽에서 23경기에 등판해 4승 8패, 평균자책점 5.74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윤석민은 볼티모어와의 계약이 늦어지면서 스프링캠프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개인 훈련을 했다곤 하지만 팀 훈련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한창 좋을 때 150km를 쉽게 넘던 직구 구속이 140km대 중반대로 떨어졌다. 140km대 중반까지 나왔던 슬라이더는 130km대 후반으로 가라앉았다.
이에 반해 2012년 12월 일찌감치 다저스와 계약을 확정지은 류현진은 마음 편히 이듬해를 준비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를 마음에 품고 있던 그 전해부터 전에 없던 노력을 기울였다. 2012년 한화 사령탑이던 한대화 KIA 수석코치가 “현진이가 그렇게 러닝을 많이 하는 건 처음 봤다”고 말했을 정도.
윤석민의 미래는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 에이전트인 보라스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윤석민은 3년간 개런티(보장)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에 있든 마이너리그에 있든 2년간 잔여 연봉 415만 달러(약 42억 원)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돈이 아니라 명예의 문제다. 실력으로 자기 자리를 잡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석민이 내년 이후 선택할 수 있는 행보는 크게 세 가지다. 메이저리그에 안착하는 것, 마이너리그에 머물며 잔여 연봉을 받는 것, 그리고 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FA 자격으로 한국을 포함한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