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익명인)'를 사칭해 정부 부처 홈페이지를 공격하고 위협했던 고교생과 대학생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정수)는 올해 3월 유튜브 등에 어나니머스 가면을 쓴 남성이 "4월 14일 청와대 국가정보원 국세청 여성가족부 등 대한민국 정부 부처 홈페이지를 해킹하겠다"고 영어로 말하는 동영상과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고교생 강모 군(17)과 대학생 우모 씨(23)를 불구속 기소하고 중학생 배모 군(14)은 소년부로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군 등은 페이스북 채팅을 통해 만나 "정부가 세금을 탕진하고 있다"고 대화를 나누다 해킹 공격을 결심했고 필리핀인 J 군(15)을 끌어들여 범행을 계획했다. J 군은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7차례 해킹 공격을 시도했지만 보안망에 막혀 실패했다. 이들은 사이버 공격 예고가 언론에 보도되자 부담을 느끼고 계획을 철회했다.
검찰은 필리핀에 공조 수사를 요청해 J 군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추적 중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