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이사회는 경영진의 무능이나 비리를 감시하고 경영진 교체나 인수합병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사회의 감시 효과를 높이기 위해 2002년과 2003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독립적인 이사 비율을 높이도록 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크리스토퍼 암스트롱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2003년 뉴욕증권거래소 및 나스닥거래소 규정의 개정 전후 기업 투명성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조사해 발표했다. 즉 기업들의 투명성이 독립이사 선임의무 비율과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 분석했다. 이들은 총 453개 기업을 조사했는데 이 기업들의 독립이사 비율은 2000년 평균 40%였지만 규정이 변경된 이후인 2004년에는 평균 58%로 크게 높아졌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독립이사 비율이 오르면 투자자들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이 감소한다. 투자자들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은 기업의 투명성을 나타낸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선임의무 비율 개정으로 독립이사 비율이 평균 18% 오르면서 정보 비대칭성이 6% 감소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국내 10대 재벌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뽑힌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청와대 등 권력기관 출신이고 내부 임직원 또는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한다. 사실 이들을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 이들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불분명하고 직접 산출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이 연구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 이사의 독립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외이사 독립 개선안에서 참고할 만하다.
정석윤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