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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방탄국회]“法 고쳐야” 황당 변명… 추석상여 388만원은 法대로 챙겨

입력 | 2014-09-05 03:00:00

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 파문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다음 날인 4일 여야 정치권에서 자성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싸늘한 민심을 회피하기 위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후안무치한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는 사과성명을 내놓았지만 이내 면피성 발언들을 줄줄이 쏟아 냈고, 체포동의안 부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든 책임을 여당에 돌리며 책임 회피에 골몰했다.

○ 낯 뜨거운 변명

새누리당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의자를 구인해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들어 “특권을 포기하려 해도 회기 중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려면 체포동의안 가결 없이 법정에 나갈 수 없는 법체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영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의 변명이 아니다”면서 “현행법 체계는 고쳐져야 한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송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간다는데 (법적으로) 안 된다는 것”이라며 “난감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내가 당론투표를 강제해 무조건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는 의원들 스스로 개정한 형사소송법을 두고 이제 와서 법이 문제라고 하는 황당한 변명을 한다는 점에서 ‘누워서 침 뱉기’ 식 변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7년 전인 2007년 4월 30일 형사소송법 조항을 ‘판사는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할 수 있다’에서 ‘판사는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으로 바꾼 장본인이 바로 국회다. 여야 의원 259명이 표결에 참석해 254명이 찬성표를 던졌으니 만장일치나 다름없었다.

헌법 탓하며 특권 내려놓기를 못했다는 주장도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54조에는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내년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이 규정을 무겁게 받아들인 적이 있는지 자성해 봐야 한다는 것. 문제는 실천의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새정치연합은 여당 때리기에 전념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전날 본회의 투표를 분석하면 여당 의원 상당수가 송 의원을 감싸고, 적지 않은 야당 의원들이 동조한 ‘합작품’이었지만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조직적으로 부결시켜 방탄국회라는 국민적 비판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박용진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체포동의안 부결에 야당도 가세한 것이 분명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특히, 새정치연합은 각 의원들 표결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침묵의 장막, 추석 연휴 뒤에 숨는 비겁한 모습이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 여야 의원들 비판 여론 항변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체포동의안 부결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혐의) 내용을 모르는 판사가 사람을 마음대로 감옥에 보낼 수 없듯이 내용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의원들이 체포안을 무조건 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국민적 비난도 있지만 송 의원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했다”면서 “헌법 정신에도 불구속 기소 재판을 받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재판을 받는 데에는 그렇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국민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에 반성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의원들이)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갖는다”고 했다.

○ 일 안 하면서 추석 상여금은 받아

세월호 특별법 등을 놓고 싸우느라 125일째 법안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던 여야 의원들이지만 4일 387만8400원의 추석 상여금은 어김없이 받아 챙겼다.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월 기본급의 60%에 해당되는 명절 보너스를 받은 것인데 자신들의 특권은 합심해 지키고 세비는 축내는 형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새누리당 김 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도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국회가 아닌 장외에서만 맴돌고 있다. 명분은 ‘민생 챙기기’이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라는 관측이 크다.

특히 정기국회가 의사일정 협의조차 하지 못하고 나흘째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으며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는데도 책임지려는 자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고성호 sungho@donga.com·배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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