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60)가 이 단체의 제20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이 목사는 당선 인사에서 “역대 한기총 회장들이 지키려 했던 설립 정신을 적극 지지 수용하면서 맡겨진 직무를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목사께는 먼저 축하 인사를 보냅니다. 그러면서도 노파심에 한기총을 향한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만 역대 한기총 회장이 지켜온 설립 정신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NCC와 함께 새의 양 날개로 자리 잡은 한기총은 어느 순간 이른바 ‘교단정치’의 표적이 됐습니다. 굳이 14대부터 실명을 거론한 것은 이때부터 대표회장을 ‘기독교 대통령’으로 부르며 벌이는 이전투구가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들만의 기독교 대권을 향한 욕망이 추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선거 때마다 목회자와 교단 갈등, 금권(金權) 선거, 폭로, 소송의 악순환이 계속됐으니까요. 심지어 대표회장이 연임을 위해 정관을 바꿨고, 길자연 홍재철 목사는 교회를 아들에게 세습했습니다.
이영훈 목사께는 많은 숙제가 있습니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를 둘러싼 갈등도 있고, 만신창이가 된 한기총의 현안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기총이 다시 서려면 한경직 목사의 존경받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목회자들을 향한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을 지키는 한기총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기독교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의 머슴이 됐다는 낮은 자세야말로 그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