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체험 훈련중 숨진 이유성 중사 유족들 ‘눈물의 영결식’
“죽은 뒤에 저 장례식장 앞을 가득 채운 화환들은 뭡니까? 그 돈으로 폐쇄회로(CC)TV 하나만 달아 놨더라도 이런 극한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닙니까?”
4일 낮 12시 반경 화장장인 세종시 연기면 은하수공원. 2일 포로체험 훈련 도중 숨진 제13공수특전여단 고 이유성 중사(23·1계급 특진 추서)의 아버지(48)는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극한 훈련을 하는 곳에 CCTV라도 달았으면 관리자들이 수시로 상황을 체크해 위험한 순간에 병사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4일 이유성 중사 영결식장에 군 당국 등이 보낸 조화가 늘어서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 중사의 어머니 윤모 씨(48)는 아들이 저세상으로 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2주 전 아들이 휴가를 나와선 내가 만든 음식을 전에 없이 맛있게 먹더라고. 먼저 떠날 것을 알려주려고 그런 거였는지….”
장래에 특전사 입대를 희망하던 한 고교생도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머금었다. 지난해 여름 ‘2014 증평 하계 특전캠프’를 다녀온 의정부고교 2학년 김모 군(17)은 당시 이 중사와 캠프에서 친분을 쌓아 5일 부대를 방문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았고 뉴스를 통해 이 중사 사망 소식을 접했다. 김 군은 4일 오전 대전국군병원 빈소를 방문해 조문대 위에 한 장의 편지를 놓고 갔다. “2일 카카오톡을 했는데 답장이 없었어요. 뉴스에 나오는 정보가 하나씩 일치하면서 ‘정말 사실이 아니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김 군은 이 중사를 강하면서 따뜻한 형님으로 기억했다. “캠프에 입소했을 때 ‘허리띠가 없다’고 하자 중사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신 쓸 수 있는 텐트 줄을 허리에 둘러 줬죠. 특전사에 관한 질문에 꼬박꼬박 답해 주는 등 많은 배려를 해준 분이었는데 너무 아쉬워요.”
이 중사는 이날 특전사 전우들이 ‘검은 베레모’를 합창으로 부르는 가운데 하늘로 떠났다. 그러나 유족들의 한없는 절규는 큰 울림으로 남았다. “나라에 충성하겠다며 젊음을 바친 아이들인데, 이렇게 안전 관리를 제대로 못 한대서야….”
4일 이유성 중사 영결식장에 군 당국 등이 보낸 조화가 늘어서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