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먼저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추석 또는 한가위’를 언급한 횟수는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추석 일주일 전 한 주간 언급량을 비교해 봤더니 2012년(추석 9월 30일) 9월 17∼23일의 언급량은 21만5220건이었고, 2013년(추석 9월 19일) 9월 6∼12일은 18만9770건이었다. 올해는 어땠을까.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의 언급량은 14만1395건으로 2012년에 비해 2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일수록 추석에 대한 애착이 점차 줄어드는 데다 세월호 특별법 이슈가 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조용한 추석이지만 가족을 만나는 즐거움이 작아진 것은 아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추석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4만1383건을 기록한 ‘선물’이었다. 추석 선물로는 참치, 햄, 과일, 홍삼, 한우 등이 비교적 많이 언급됐다.
전체 연관어 2위는 1만8839건을 기록한 ‘가족’이 차지했다. 3위는 1만4726건이 언급된 ‘연휴’였다. 사람들은 추석 때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가거나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하는 것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올해는 첫 시행되는 10일(수요일) 대체휴일을 놓고도 이런저런 궁금증이 쏟아졌다. 서로 다니는 회사가 대체휴일을 시행하는지 묻는 문의도 많았다.
연관어 4위로는 앞서 언급했던 ‘이벤트’였고 5위는 ‘배송’(7861건)이었다. 이어 추석을 주제로 한 아이돌그룹의 토크쇼 영상 ‘방탄소년단의 다소 위험한 한가위’가 포털에 중계되면서 ‘생중계’(7188건) 키워드가 6위에 올랐다.
인물 연관어를 보면 이번 명절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가 있던 2012년 추석 인물 연관어 순위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였다. 당시 대선 유력 후보들이 추석 민심의 한복판에 있었던 셈이다. 뚜렷한 정치적 쟁점이 없었던 2013년 추석 인물 연관어에는 정치인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1위부터 엑소, B1A4, 엠블렉, 틴탑, 2AM 등 아이돌그룹이 각종 이벤트와 관련해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올해는 앞서 언급한 슈퍼주니어 이특이 인물 연관어 1위에 올랐지만 그 뒤를 문재인, 김영오(유민 아빠), 박영선, 박근혜 등이 이었다. 다만 정치인 언급량 자체는 1000건 이하로 아주 적어서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추석과 함께 언급된 상품 연관어 1위는 쌀이 차지했고, 2위는 TV(3535건), 3위는 전화(2265건)였다. 전화는 다양한 측면에서 언급됐는데 각종 이벤트 안내전화에서부터 대체 휴일 문의전화, 택배를 사칭한 전화 스미싱에 주의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4위는 ‘송편’(2020건), 5위에는 ‘과일’(1566건)이 올랐다. 과일 고르는 법, 가을 폭우로 과일농가 비상이라는 내용이 많았으며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노인정 등에 과일 상자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지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여전히 팽목항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명절이면 더욱 외로워지는 소외된 이웃과 실향민들도 있다.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을 맘껏 즐기되 아픈 이웃들도 기억하는 뜻깊은 추석이 되길 바란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