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 얘기 나눠요/표류하는 세월호 특별법] 유족 “수사권-기소권 달라”… 여당 “헌법 위배 수용 못해”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달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두 차례 합의문까지 발표했지만 야당은 ‘유가족의 뜻’을 내세워 합의안을 파기했다. 이후 여당과 유가족이 직접 대화에 나섰지만 진전이 없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최대 쟁점은 ‘누가’ 수사와 기소를 하느냐다. 여야 합의안은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해 임명된 특별검사가 한다는 것이고, 유가족의 요구는 특별법으로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 맡기자는 것이다. 양측은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4일 “양보는 할 만큼 했다. 낭떠러지에서 더 양보하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짜 문제는 뭘까.
여야, 유가족 3자는 17명의 위원으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여야가 각각 5명,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 2명, 유가족이 3명을 각각 추천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야당 대한변협회장 유가족이 추천하는 총 10명은 사실상 유가족의 의사가 반영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진상조사위 운영은 유가족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가족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진상조사위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수사권이 없는 한 압수수색이나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 수단을 쓸 수 없어서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소권이 없으면 수사 결과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맞서고 있다.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맞지 않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수사하는 것은 자력구제 금지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질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야당과 유가족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 전까지 7시간의 행적이 묘연하다고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를 조사하려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결국 새누리당은 야당과 유가족들의 주장이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보다는 박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정치공세에 맞춰져 있다고 보고 있다.
○ 쟁점② 특별검사가 수사·기소할 경우
친야당, 친유가족 성향의 인물이 특검으로 임명된다면 수사 결과에 대한 객관성이 담보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청와대에 대한 집중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여야 합의안에는 특검보 한 명에게 진상조사위와 업무 협조를 하도록 돼 있어 누가 특검으로 임명되든 유가족의 뜻이 수사에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받는다고 해도 특검 추천위원 2명에 대한 추천권은 최종적으로는 여당에 있다. 여당으로선 ‘편향적인 인물이 특검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지만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의 걸림돌’이라고 본다.
또 상설특검법을 따르면 변호사 경력 15년 이상인 사람 중에서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중견 법조인이 특검을 맡으면 성향이 달라도 무리한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새누리당의 생각이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내곡동 특검을 했을 때 야당이 추천한 특검도 국민을 만족시키는 데 불충분했고, 오히려 면죄부를 준 역효과도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두 가지 방안은 다르지만 그 차이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 핵심적 문제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다. 새누리당은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고, 유족 측은 수사와 기소가 소극적으로 진행될까 봐 우려한다. 이 ‘불신의 벽’을 넘는 것이 진정한 해법을 찾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