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 얘기 나눠요/유병언 재산 비밀 풀리나]
세월호 침몰 참사 후 생전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했다는 말이다. 바로 그 장본인이자 유 전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로 지목돼온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여)가 4일(현지 시간) 오전 11시경 미국에서 검거됐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달 초 자수를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추석 연휴 때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만이 알고 있는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밀’이 곧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 은닉재산 비밀 풀 ‘열쇠’ 찾았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김 대표를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 흐름을 꿰고 있는 핵심 인물로 지목해왔다. 그는 유 전 회장 일가가 계열사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 관여하는 등 수십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아왔다. 김 대표는 세모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에서 유 전 회장의 두 아들 대균(44) 혁기 씨(42)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분(6.3%)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안팎에서도 ‘유 전 회장의 제1수하’라는 평이 많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 사망 이후 난관에 부닥쳤던 은닉재산 환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유 전 회장 일가의 차명재산은 6개 계열사의 주식 32만 주(120억 원 상당)와 부동산 7만4114m²(104억 원 상당) 등 확인된 것만 224억 원에 이른다. 차명재산의 등기상 소유주 상당수가 “유 전 회장과 무관한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은 김 대표가 차명 보유 관계를 명확히 밝혀낼 ‘열쇠’라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은닉재산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 김 대표, 추석 연휴 때 귀국 가능성
귀국 후 자수 의사를 밝힌 이 자술서는 국내의 변호사에게 전달됐으나, 검찰에 제출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 측은 “추석 연휴 중 미국에서 김 대표를 만난 뒤 함께 귀국해 자수하려 했는데 그 사이 검거된 것”이라고 말했다.
○ 檢 “멕시코에서 차남 혁기 씨 아직 못 찾아”
남은 수배자는 유 전 회장이 후계자로 지목했던 차남 혁기 씨와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76) 2명뿐이다. 검찰은 횡령 및 배임 액수가 559억 원으로 대균 씨의 10배에 이르는 혁기 씨를 반드시 검거해야 일가의 경영 비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지 3개월이 지나도록 혁기 씨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들이 이미 남미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검찰은 멕시코 경찰에도 행방 파악을 요청했지만 현지 당국은 아직 혁기 씨의 흔적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유병언 전 회장 및 기복침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