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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통일약과’의 장병 위문

입력 | 2014-09-10 03:00:00


육군 6사단 장병 1만2000여 명은 올 추석에 특별한 위문품을 받았다. ‘통일약과’라는 이름의 간식 10개가 들어 있는 상자가 전 장병에게 하나씩 전달됐다. 통일약과는 전통약과와 달리 파이처럼 파삭하고 달콤해 신세대 장병의 입맛에 잘 맞았다. 장병들이 상자에 적힌 ‘대한민국을 부탁합니다’라는 문구를 보며 약과를 보낸 사람들의 뜻을 헤아려 보았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통일약과는 탈북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의 작품이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2008년 북한의 전통 음식인 통일약과, 조선된장, 평안도 찹쌀순대, 함경도 감자만두 등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통일약과는 임금에게 진상되던 전통약과의 한 종류인 개성약과를 재현한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설날부터 국군 장병들에게 통일약과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백령도와 연평도의 해병대와 육군 5사단에 통일약과를 선물했다.

▷6사단에 보낸 약과 12만 개 만들기는 10여 명의 수작업으로 한 달이 걸렸다. 연구원 직원들도 참여했지만 주로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이 방학 동안 반죽하고, 파삭해지도록 여러 번 밀대로 밀고, 튀겨냈다. 이 원장은 “최근 계속되는 병영 사건으로 상처를 받고 사기가 떨어진 젊은 장병들에게 전달할 위문품이어서 탈북 대학생들이 특히 정성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경비는 나라사랑후원회 삼흥콜렉션 남인천방송 등이 보내준 후원금으로 어렵게 충당했다.

▷중부 전선에 위치한 육군 6사단도 남경필 경기도지사 아들의 폭행 및 성추행 사건으로 병영 위기를 겪은 부대다. 병사들이 통일약과를 먹으면서 “현재 군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약과’”라며 각오를 다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원장은 대기업 20여 곳에 지원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단 한 군데서도 응답이 오지 않았다며 서운해했다. 경기가 나쁘다지만 어려움에 빠진 장병들을 격려해야 한다는 요란한 세론과는 딴판이다. 내년 추석에는 기업들이 국회에 쓰는 신경의 10분의 1만이라도 장병들의 사기를 위해 써주었으면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