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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기 D-9]“더 꾸짖는 이유 알지?” “하루하루 달라지네요”

입력 | 2014-09-10 03:00:00

[레전드가 미래의 레전드에게]<7>여자농구 전주원-박혜진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금메달의 주역 전주원 여자 농구대표팀 코치(왼쪽)와 대표팀 막내 박혜진. 전 코치와 박혜진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함께 농구공을 던지며 20년 만에 아시아경기 여자농구 금메달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진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인천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여자 농구대표팀에는 두 번째 금메달을 꿈꾸는 이가 있다. 올해 코치로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전주원 코치(42)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여자농구 금메달의 주역이었던 그는 선수들 못지않게 20년 만의 금메달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 대표팀의 맏언니인 그에게 선수 12명은 하나같이 보듬어주고 싶은 후배들이다. 하지만 특별히 더 신경이 쓰이는 선수가 있다. 대표팀 막내 박혜진(24·우리은행)이다.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박혜진이지만 국제무대 경험은 아직 부족하다. 지난해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에게 인천 대회는 첫 아시아경기다. 부담감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 이런 박혜진은 전주원에게 20년 전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22세이던 전주원에게도 히로시마 대회가 처음 출전하는 아시아경기였다. 박혜진과 마찬가지로 대표팀 막내 가드였던 그도 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홈 텃세를 이겨내고 일본을 꺾었던 결승전의 짜릿한 기억을 전주원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2012년 우리은행 코치와 선수로 시작된 두 사람의 한솥밥 인연은 올해 대표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인터뷰를 위해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마치 나이 차 많은 자매처럼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박혜진에게 전주원은 코치 이전에 전설 같은 선배다. 전주원은 한 차례 은퇴했다 복귀한 뒤에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고 결국 두 차례 은퇴로 여자프로농구 최초로 두 번의 등번호 영구결번(2003년 현대건설의 5번, 2011년 신한은행의 0번)이라는 기록을 세운 여자농구의 별이었다.

박혜진은 “코치님이 은퇴하기 직전 제가 신참이던 시절에 딱 한 번 코트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냥 ‘전주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웃었다.

전주원에게 박혜진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특한 후배다. 전주원은 3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박혜진이 농구 실력도, 경기 자세도 부쩍 좋아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플레이할 때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농구는 신체 접촉이 많아서 몸싸움을 잘하면 훨씬 유리하거든요. 혜진이는 스피드가 좋아서 굳이 몸싸움을 거칠게 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이제 스피드에 몸싸움까지 더해져 앞으로 농구를 하는 폭이 훨씬 넓어질 거예요.”

따끔한 질책과 충고는 전주원이 박혜진을 아끼는 방식이다. 박혜진은 선배로서 조언해 줄 것이 없을 만큼 알아서 잘하는 후배지만 코치로서 더 욕심을 내고 싶을 만큼 기대가 큰 선수이기 때문이다. “더 잘해야 하는데 얘(박혜진)가 못하면 더 화가 난다”는 전주원은 “잘할 때보다 못할 때 한마디 더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런 전주원의 마음을 아는 박혜진도 “코치님과 함께하면 몸은 힘들지만 제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조언이나 충고가 큰 힘이 된다”고 답했다.

코치와 선수, 선배와 후배로서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전주원과 박혜진은 이번 아시아경기를 맞아 같은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여정을 함께할 수 있어 더없이 든든하다.

“제가 아무리 잘해도 코치님만큼은 못할 거예요. 지금도 코치님이 시범을 보여주면 놀랄 때가 많아요. 농담처럼 ‘제가 코치님이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렇게까지는 안 될 것 같아요.(웃음)”(박혜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너는 이제 시작인데. 이번 아시아경기에서도 자기 몫 잘 해낼 거라고 믿어. 이제 후배들 이끌어 나갈 만큼 성장해서 ‘제2의 박혜진’이 나와야지.”(전주원)

진천=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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