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새로 나올 미화 100만 달러(약 10억2500만 원) 지폐입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고급 호텔방에서 박모 씨(55)가 지폐 다발을 꺼냈다. 모인 사람들은 난생 처음 본 '100만 달러' 지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텔 금고 안에는 장당 발행가 5000억 엔짜리 채권(약 4조8500억 원)도 52장 들어 있었다. 박 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 비자금을 관리해 온 비선 권력기관 총재"라며 "보관 중인 수십만 t의 금과 채권을 처리하는 비용만 주면 수십 배 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
위조한 지폐와 채권을 사용한 황당한 수법이었지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정부도 사칭했다. 박 씨 등 자칭 '비선 권력기관' 일당은 "미얀마 해외건설 사업권을 따 주겠다"며 피해자 유모 씨(37·무역업)와 함께 미얀마로 출국했다. 미얀마 정부관계자라는 현지인까지 나타나 사업권 논의를 진행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