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0조규모 재정적자] 2015년 정부예산안 주내 마무리… 총지출 376조 규모 편성
○ 경제활성화 위해 예산 대거 증액
정부는 복지, 교육, 문화, 환경, 연구개발(R&D)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내년 재정 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늘리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짜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농림·수산·식품, 환경 등 당초 올해보다 예산 지출을 줄이기로 했던 분야도 지출을 늘릴 계획이다.
특히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업 분야는 예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창업자금 지원 예산은 올해 1400억 원에서 내년 21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정부가 발굴해 수출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사업’에 60억 원 안팎이 지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2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진흥기금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 제도를 신설하는 등 일자리 관련 예산을 올해 13조2000억 원에서 14조3000억 원으로 7.6%가량 늘릴 계획이다.
○ 복지 지출 급증에 재정악화 우려
내년 예산 지출 규모가 늘어난 것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가 개최한 포럼에 참석해 “한국은 현재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초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예산 증가율은 기존 경제팀의 예산 확대 예상치인 3.5%보다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실적이 목표치를 한참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초노령연금 등 법으로 정해져 있어 정부가 줄일 수도, 뺄 수도 없는 의무 복지 지출이 크게 늘면서 내년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올해(106조4000억 원)보다 10% 이상 늘어난 120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기초노령연금 지출은 올해 5조2000억 원에서 내년 7조7000억 원으로 늘어나며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4대 연금에 대한 정부 지원액은 올해 36조4000억 원에서 내년 40조3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내년 1044억 원을 들여 저소득층 가구에 전기요금 등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고 이른바 ‘반값 등록금’ 예산을 올해 3조7000억 원에서 3조9000억 원으로 늘린다.
이런 기조가 이어지면 내년 재정수지 적자는 2009년(43조2000억 원) 이후 6년 만에 최고치인 30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로 28조4000억 원의 ‘슈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춰 세수가 크게 감소한 해다.
○ 재정건전성 강화 대책 필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경제 활성화에 중점을 두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호주 정부는 광물자원 채굴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세금을 줄여주는 대신 고소득자에 대해 부담금을 추가로 매겨 재정을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중기재정계획에서 R&D, SOC, 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되 내년부터 2018년까지 재정 지출 증가율이 GDP 증가율 수준을 유지하도록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살리기가 급선무인 만큼 어느 정도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정부가 내년 예산을 증액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
이상훈 / 세종=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