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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선거개입’ 인정땐 정치권 요동

입력 | 2014-09-11 03:00:00

‘국정원 직원 대선관련 트위터-댓글’ 원세훈 前원장 11일 1심 선고
핵심증거 ‘원장님 강조말씀’ 녹취록… 구체적 지시로 볼것인지가 쟁점
무죄땐 檢 무리한 기소 도마에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국가정보원의 정치·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63·사진)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1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원 전 원장은 이 사건과 별도로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형기(1년 2개월)를 마치고 9일 출소했다. 그러나 11일 선거개입 의혹 사건 선고 결과에 따라 석방된 지 이틀 만에 재수감될 수도 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로 지난해 6월 불구속 기소됐다.

당초 검찰 수사팀 내에서는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댓글이 발견돼 선거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강경론’과 선거에 개입한 의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충돌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26일 첫 공판이 시작된 뒤에도 수사과정에서의 외압·항명 논란이 일면서 수사지휘 책임선상에 있던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퇴하고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징계를 받는 파동을 겪었다.

검찰은 재판 도중 국정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터넷 댓글 외에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개입 정황을 포착했고, 트위터 글을 당초 5만여 건에서 121만여 건으로 늘려 총 세 차례 공소장을 변경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측에서 일부 계정이 일반인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자 “공소 사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재판부의 지적에 다시 78만여 건으로 줄였다. 올해 6월 재판부가 글들을 작성한 트위터 계정이 적힌 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증거로 인정될 트위터 글은 극히 일부만 남은 상태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선거 개입 의도를 갖고 심리전단 활동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함께 기소된 이모 전 3차장과 민모 전 심리전단장으로 이어지는 지휘선상의 정점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했는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전체 부서장 회의 때 언급한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 녹취록을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원 전 원장 측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대북심리전의 일환이었을 뿐 선거에 개입할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해왔다.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나오면 검찰은 ‘처음부터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나온다면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 인정되는 셈이어서 지난해 야권의 대선 불복 움직임이 다시 불거지는 등 정치권이 요동칠 수도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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