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 '골든타임']<11>청년이 살고 싶은 나라로 그들에게 행복을 스펙쌓기 경쟁은 이제 그만… 先취업 後진학 학제화를
하나의 산을 넘으면 여지없이 또 하나의 산이 나타난다. 그 산을 왜 올라야 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또 다른 산을 넘는다. 대한민국 청년의 삶은 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내가 행복한지, 좋아하는지를 따질 겨를은 없다. 지금 오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두려움만 있다. 흡사 거대한 ‘레밍스(Lemmings·떼 지어 바다에 빠져죽는 나그네쥐)’의 전진과 비슷하다. 이런 생태계에서 ‘행복’을 논한다는 것은 일견 사치 같기도 하다.
○ 고졸자 취업 정책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은 2012년 71.3%로 세계 최고 수준. 대졸자 과잉 공급 현상은 청년들이 취업난을 겪거나 교육 수준에 비해 질 낮은 직장을 택하게 강요한다. 심지어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한 니트(NEET)족도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을 정도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성 4년제 대졸자들은 하향취업을 하면서 평균적으로 연봉 330만 원을 손해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실력만큼 대우받을 수 있게 고졸자 취업 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행복한 청년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고졸 취업자 대체 근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마이스터고를 도입하고 특성화고 졸업자 채용 인센티브제가 도입됐지만, 소수의 여성 고졸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평균 월 급여도 남성(124만 원)이 여성(139만 원)보다 적었다. 기업들이 병역을 앞둔 고졸 남성의 채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실장은 “실질적인 고졸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특성화고 졸업자 우수전형을 통해 취업했을 경우 정규직이 되기 이전에 해당 기업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졸 취업자 차후 교육 기회 보장해야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선취업 후진학’을 공식 학제화해서 취업 후 안정적으로 4년제 대학도 갈 수 있는 길을 보장해야 한다”며 “6년 뒤인 2020년이 되면 대학 입학생이 20만 명 가까이 줄어드는데,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선취업자의 후진학을 위해 뛰어야 하는 환경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독일처럼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는 한 청년들의 고통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대졸자 중 대기업 취업 비율은 약 11%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 못지않은 보수와 근무환경을 보장하는 중소기업이 나오지 않으면 근본적인 청년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 김명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EY한영 부회장)는 “청년 행복의 핵심은 일자리인데 사회구조는 선진화되고 있지만 고용구조는 여전히 후진국”이라며 “중소기업에 가도 능력만큼 대우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면 청년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격차는 메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