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때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야당(한나라당)의 반대에도 국회 원내 교섭단체의 구성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그러자 당시 이 의장은 “날치기는 안 된다”면서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끝내 거부했다. 그랬던 이 의장도 국회가 정쟁으로 공전하자 여당만의 단독 본회의를 열어 여야 간에 별 이견이 없던 약사법 개정안 등 몇몇 안건을 처리하는 변신을 보여줬다. 그는 “부득이 국민과 나라를 위해 시급한 민생법안을 다룰 수밖에 없었다”고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19대 국회 후반기의 정의화 국회의장은 5월 취임 이후 아직 단 한 건의 법안도 자기 손으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세월호 정국에 가로막혀서다. 보다 못한 그는 세월호 특별법안의 중재를 자처했으나 여당에 의해 거부됐고, 이후 성명서까지 발표해 “추석 직후 신속하게 본회의를 열어 이미 부의 중인 91개 법안과 안건을 처리하자”고 촉구했으나 이번엔 야당이 사실상 거부했다. 취임 연설에서 “국회의장에 대한 존중으로 국회의 권위를 세워 달라”고 했던 그의 당부가 무색해졌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