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와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처음으로 TV 공개토론을 하게 됐을 때다. 오바마 측 토론 팀은 첫 토론을 앞두고 철저한 준비에 착수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토론의 주인공이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다른 일정들로 바빴던 탓이다. 팀원들이 연습 부족을 우려하자 오바마는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난 실전에 강한 선수라네.”
토론 당일 시작은 좋았다. 오바마도 롬니도 자신만만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바마가 눈에 띄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는 말을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어느 모로 보나 완패였다. 형편없는 토론 이후 여론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앞서고 있던 오바마는 롬니에게 역전당했다. 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오바마는 선거 기간 내내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다.
이 사례는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준다. 고도로 단련된 달변가조차 이럴진대 일반인이야 말해 무엇 하랴. 더구나 사람들의 인내심은 지극히 얕아서 두서없이 나불거리는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참고 들어주지 않는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