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는 “포르노를 원하면 안드로이드폰을 사라”거나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경쟁자인 구글에 대한 악감정과 잡스 특유의 독선이 그대로 느껴진다. 생전의 잡스는 자신의 직관에 의지해 소수의 엘리트로 기업을 운영했지만 후계자인 팀 쿡은 IBM과 파트너십을 선포했다. 버버리 이브생로랑 나이키 출신 임원을 영입했고 기업 인수도 활발하다. 폐쇄의 애플이 개방의 애플로 변신한 것이다.
▷신형 아이폰의 대표상품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다. 누군가 선점한 특허 때문에 ‘아이 페이’가 아닌 애플 페이라 이름 붙였다. 이걸 쓰면 신용카드를 분실할 걱정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서명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과거 아이튠스가 음반 CD 시장을 몰락시킨 것처럼 애플 페이가 지갑을 불필요하게 만들면서 모바일 결제 생태계를 뒤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