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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기 D-7]‘대표 은퇴 → 복귀’ 세 번째… 왼손에 꽉 쥔 라켓

입력 | 2014-09-12 03:00:00

34세 태극 셔틀콕 맏형 이현일
“단체전 우승 위해 꼭 필요하다” 협회 간청에 경험 보태려 합류
“복식 탄탄해 단식서 힘내면 金”




두 차례 대표팀을 은퇴했다가 다시 태극마크를 단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현일이 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인천=장승윤 기자tomato99@donga.com

30대 중반에 다시 달게 된 태극마크가 소중해 보였다. 띠동갑 차이도 더 나는 어린 후배들과 네트를 사이에 두고 연방 셔틀콕을 날리고 있는 그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11일 인천 아시아경기 배드민턴 경기장인 계양체육관에서 만난 이현일(34·MG새마을금고)이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그는 6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간청에 따라 다시 태릉선수촌에 들어왔다. 왼손잡이로 단식 전문인 그가 한국이 금메달을 노리는 남자 단체전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앞서 두 번이나 대표팀을 떠났다 합류한 이현일은 “나를 불러준다는 건 내 실력을 인정해준다는 건데 영광이다.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대표팀 박주봉 감독은 “현일이의 가세로 한국의 전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현일은 한국체대 시절인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혜택도 받았다. “12년 전에는 내가 거의 막내였다. 그때 형들이 잘 끌어준 덕분에 좋은 성과를 얻었다. 이번에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어깨가 무겁다.”

이현일에게 이번 아시아경기는 네 번째 무대다. 부산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는 노골드였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 강한 이유다. 이현일을 비롯한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주부터 실제 경기장에서 코트 적응 훈련을 하며 막바지 컨디션 점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현일은 “에어컨을 켰을 경우 셔틀콕이 공중에서 날리는 현상이 있다. 미리 대비하면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용대와 유연성을 비롯해 남자 복식 3개조가 탄탄한 만큼 단식에서 힘을 내주면 충분히 금메달을 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일은 소속팀 MG새마을금고에서 트레이너 한 명을 대표팀에 파견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기도 했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훈련 강도가 높아지는데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것 같아서 회사에 요청을 했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현일이가 코트 안팎에서 선수 이상의 역할을 해준다. 오랜 경험으로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부담감을 줄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10년 전 이현일은 남자 대표선수로는 처음 귀걸이를 하고 등장했다. 개성이 강했던 20대를 지나 어느덧 5세 된 딸을 둔 가장이 된 그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철없던 때였다. 요즘 후배들은 참 착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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